<스테디 레인> "배우의 장점 극대화 되어야만 갈 수 있는 연극"

성격은 전혀 다르지만 어릴 때부터 함께 해온 두 형사 대니와 조이. 끊임없이 비가 내리던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사고에 가족이 위험에 빠지게 되자 앞뒤 가릴 것 없이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질주하는 대니와, 그런 그의 곁을 지키다 최악의 상황 속에 함께 휘몰려가는 조이의 팽팽한 이야기를 담은 연극 <스테디 레인>이 지난 목요일 언론에 작품을 공개했다.

12월 21일 본공연을 시작한 <스테디 레인>은 두 남자만이 등장해 쉼 없이 주고 받는 밀도 높은 대사를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는 2인극이다. 2007년 뉴욕 초연 당시 그 해 공연비평가들이 뽑은 연극 10편 중 하나로 선정되었으며, 2009년 브로드웨이에서 휴 잭맨과 다니엘 크레이그가 주연한 공연은 폭발적인 흥행과 함께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광보 연출이 이끄는 이번 한국 초연은 이석준, 이명행이 한 팀, 문종원, 지현준이 다른 한 팀을 이뤄 번갈아 무대를 채우고 있다.


"결론을 유추해 가는 과정이나 가족주의의 결론 등이 다분히 미국적이나 작품 속 사회 구조의 모순이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것과 맞닿을 것"이라며 김광보 연출은 국내 공연의 의의에 대해 밝혔다. 특히 그는 "대니라는 비상식적인 인물을 투영해서 더욱 비상식적인 세상을 비추고 있는 작품"으로 <스테디 레인>을 말하며, "시종 일관 두 배우가 앉아서 진행되던 브로드웨이 공연과는 달리 상황에 맞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더해진 것이 이번 무대"라고 설명했다.


또한 "오로지 배우들의 장점이 극대화 되어야만 갈 수 있는 연극이며, 두 명의 대니와 조이 각각이 같은 모양새를 취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고 연습 과정을 이야기한 김 연출은 "작품 속 캐릭터를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보여주는 방식은 달라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로 같은 역을 맡았다 해도 대니 역의 이석준, 문종원, 조이 역의 이명행, 지현준은 무대 위 동선도 각기 달라 저마다의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었다. 대니 역의 이석준은 "다른 대본의 지문일 것 같은 글들이 이번 작품의 대사들로, 머릿속에 그려내기도 쉽지 않았다"면서 "면벽 수행하듯 배우들이 대사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대본을 외웠고, 관객들에게 대사를 잘 전달하고, 전달받는 게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석준과 호흡을 맞추는 조이 역의 이명행 역시 "여기 있는 말만 잘 전달해도 성공한 거라고 해서 그 부분을 노력하고 있다"면서 "상식적인 조이에서 비상식적인 모습으로 전도되는 지점을 잘 보여주고 싶다"고 공연에 임하는 다짐을 전했다.

교도소 접견실과 같은 무대는 대니와 조이 주변을 철장으로 둘러싼 것 같은 답답하고 막힌 세상을 의도하고 있다. 베이스기타만을 이용한 배경 음악은 빗소리와 더불어 작품의 어두운 분위기에 알맞을 것으로 생각, 김 연출이 제작 초기부터 의도한 부분이라고 한다. 연극 <스테디 레인>은 2014년 1월 29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계속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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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cho05** 2014.01.03

    상대적으로 더 좋은 캐미는 이석준 이명행의 무대였어요. 물론 이명행님에 대한 저의 사심도 작용했을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이 둘의 캐미는 환상적이었어요~ 이 작품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은 수확은 이석준님을 알게 된 거네요!*^^* 이제서야 이 분의 작품을 보았고 마음을 빼앗겼어요~ 끝없이 뱉어내는 욕과 거친 몸짓과 어디로 튈지 모를 그 분노의 악마 캐릭터가 온전히 그의 분신인 것 같았어요. 제게 용기가 있었다면 기립박수를 쳤을지도 몰라요. http://gleelove.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