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서스펜스, 하드 보일드- <카포네 트릴로지>의 색은?

시카고에 위치한 렉싱턴 호텔 661호. 1920년대부터 40년대까지 시대를 달리하며 이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내는 독특한 형식의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가 오는 14일 국내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다.

지난 29일 대학로에 위치한 <카포네 트릴로지>의 연습실 광경은 불안과 긴장, 그러다가 터지는 웃음이 무차별적으로 이어지며 종잡을 수 없는 분위기의 연속이었다. 2014년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큰 화제를 낳으며 공연되었던 이 작품은, 같은 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해외공식초청작이었던 <벙커 트릴로지>의 연출가 제스로 컴튼과 작가 제이미 윌크스의 또 다른 작품이기도 하다.

호텔 방이라는 극중 배경에 맞게 공연장 역시 같은 구조로 꾸며질 것을 김태형 연출은 예고했다. "크기와 천정 높이까지 사방이 호텔 방으로 완벽하게 재현될 것으로, 공간 안에 들어온 관객들까지 렉싱턴 호텔 방의 답답하고 오묘한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설명에 따라, 관객들은 작은 무대 양 옆 객석에 자리할 예정이라고.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의 배우들

특히 이 공간에서 펼쳐지는 '세 가지 맛'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연습실을 찾은 날 만날 수 있었던 에피소드는 이 중 두 가지, 루시퍼와 로키.

'루시퍼'의 닉 니티는 조직의 2인자로서 피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내지만 형체 없는 위협들이 그를 엄습하고, 자신을 걱정하는 동시에 또다른 위기에 빠진 아내 말린을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한다. 김태형 연출이 '서스펜스'라고 수식한 것처럼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날 선 닉 니티, 김종태의 모습과 위험 속에서도 남편을 향한 사랑을 굽히지 않는 말린의 정연, 그리고 닉 니티와 어두운 거래를 하는 박은석의 등장은 작품을 더욱 팽팽한 긴장감 안으로 몰아 놓았다.


에피소드 '루시퍼'

또다른 에피소드 '로키'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180도 뒤바뀐다. 돈을 위해 선택한 결혼을 앞두고 아슬아슬한 이중 생활을 하는 쇼걸 롤라 킨과 전 재산을 털어 롤라 킨을 마피아 보스의 곁에서부터 빼온 순진한 회계사 데이빗, 그리고 정신없이 등장하는 형사들과 벨보이 등은 이야기뿐 아니라 관객들의 시선까지 예고되지 않은 어딘가로 끌고 가고 있다. 이날 연습을 펼친 이석준, 김지현, 윤나무 뿐 아니라 <카포네 트릴로지>의 전 배우들은 각각 세 가지 에피소드에 다른 배역으로 등장해 색다른 모습을 선사할 예정이지만, 특히 로키에서 만나는 배우들의 순간 변신은 관객들에게 남다른 재미와 큰 웃음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에피소드 '로키'

아내의 목숨을 앗아간 상사에게 복수를 계획하는 젊은 경찰 빈디치의 모습과 롤라 킨, 닉 니티 사건이 어지럽게 뒤엉키며 또다른 비극이 시작되는 '빈디치'는 광기 어린 하드보일드를 예고하고 있다. 세 편의 에피소드가 각기 공연되는 까닭에 세 번 관람해야 <카포네 트릴로지>를 다 만나는 셈이 된다. 오는 14일부터 9월 29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