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 보면 뭉클할 걸?"<나무 위의 군대> 프로필 촬영 현장

나무 위에 군대가 있다고? 게다가 전쟁이 끝나도 군대는 나무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고?

공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독특한 제목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거기에 탄탄한 연기력의 개성파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는 캐스팅 발표가 다시 한번 예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연극 <나무 위의 군대>. 그 배우들이 총출동한 프로필 촬영 현장에 플레이디비가 단독으로 찾아갔다.

지난 20일 논현동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 비가 내리는 바깥 날씨만큼이나 스튜디오 내의 분위기가 '다크'했던 건 아마도 한 켠에 즐비하게 걸려 있던 군복들과 촬영 소품으로 활용될 군모, 총, 칼 등의 전쟁 무기들 때문이겠다. <나무 위의 군대>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전쟁 중 적군의 공격을 피해 나무 위로 올라간 두 군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쟁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분대장은 나무 위에 있으려고 해요. 신병을 속여가며 둘이 2년 간 나무 위에서 살면서 서로 갈등도 많이 겪고, 그러다 같이 내려오는 이야기죠."

두 명의 군인 중 경험이 많은 분대장 역을 맡은 김영민은 작품의 대본을 받자 마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고 말한다. "전쟁, 화해, 우리의 삶,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서로에게 영향을 끼칠 것인가 등을 생각하게 해요. 이런 것들에 대해서 연출님, 다른 배우들과 같이 계속 이야기 나누는 중이에요."

최근 <미국 아버지>를 마치고 이 작품에서 김영민과 분대장 역을 함께 소화할 윤상화 역시 같은 생각인 듯 했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시대잖아요. 하지만 따져보면 그들도 우리도 정의로운 거고, 그렇다면 왜 우리는 전쟁을 하는가. 서로 끝으로 가면 정의는 같은 거 아닌가, 이 작품도 그런 이야기 같아요."


어두운 군복 색만큼 저마다 강렬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배우들. 공연 프로필 사진이 작품과 캐릭터의 분위기를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이미지라면, 한껏 심각한 모습에서 금새 화기애애하게 소리 내어 웃으며 카메라 셔터 소리에 반응하는 모습 또한 <나무 위의 군대>의 한 부분이지 않을까.

"대본이 재미있었어요. 굉장히 의미 있는 주제를 가볍게 푸는 방식이 너무나도 재미있게 다가왔거든요."
이번 프로필 촬영 의상인 군복이 뭔가 낯설지 않다며 웃는 신성민. 분대장과 함께 나무 위에 올라가는 신병 역을 맡은 그는 작품을 풀어내는 형식의 유쾌함을 또 하나의 매력으로 꼽는 모습이다.

"연습을 하면서 생각보다 어려움을 느끼지만, 분대장과 주고 받는 호흡들이 연습 막바지까지 진행되었을 때는 정말 재밌고, 무언가 나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신성민)
"사람이 배를 잡고 웃으면 눈물이 나고, 정말 슬플 때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잖아요. 극에서는 그 사이에서 부딪혀 튕겨 나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윤상화)


신성민과 함께 신병 역을 맡은 성두섭은 "의욕이 넘치는 순수한 열혈청년"으로 신병을 소개했다.
"전쟁 중 자신이 살던 섬을 살리기 위해 군대에 지원한 열혈 청년이에요. 오로지 섬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자원입대했는데, 분대장과 생각하는 것 등이 너무 다른 캐릭터죠. 그래서 의도치 않게 순수한 신병의 한마디 한마디에 분대장이 자극을 받아요. 또 그를 짜증나게도 하고, 그래서 대립도 생기고요."

삶은 끝나지 않는 전쟁인 것인가. 그렇다면 이 전쟁 속에서 인간이 지켜 나가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유한한 삶 속에서 웃고 부딪히고 고뇌하는 인물이 두 군인이라면, 무한한 시간 속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증인과 같은 존재는 '정령'이겠다. 형상이 없는 존재이기에 그 무엇으로도 출연할 수 있는 이 '정령'은 강애심, 유은숙이 번갈아 소화할 예정이다.

"이 섬을 지키고자 하는 나무의 정령으로 먼저 해석이 되겠죠. 한편으로는 수 많은 희생자들을 나타내는 총체적인 인물, 그 안의 어린아이, 여성, 대지를 뜻하는 느낌도 나고요. 다양한 측면으로 극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강애심)


일본 작가 이노우에 히사시의 유작을 호라이 류타가 완성시켜 2013년 일본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배경 역시 제2차 세계대전 오키나와이지만, 국내 공연에서는 강량원 연출이 이를 좀 더 포괄적인 의미의 '전쟁'으로 넓혀 그려낼 예정이다. 군인들이 올라갈 거대한 나무가 '제 4의 배우'로 무대에 등장해 시선을 압도할 이미지를 그려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강애심은 이 작품의 느낌을 '보라색'이라 했고, 윤상화는 한없이 따뜻한데 그 안에 뭔가 들어있는 것 같은 '아지랑이 색' 같다고 했다. 관객들이 생각하는 <나무 위의 군대> 색은 오는 12월 19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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