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유] 남경주 정성화 정상훈
뮤지컬 [아이 러브 유]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남경주, 정성화, 정상훈. 이들은 서울에서는 마지막이 될 [아이 러브 유] 충무아트홀 공연에 또 다시 올인하고 있었다. 이번 시즌 공연을 마지막으로 이들 모두 정든 작품을 떠나기에 그 남다름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특히 2004년 11월, 초연부터 500회 이상 공연이라는 기록을 남긴 남경주에게는 더 남다를 수 밖에 없을 것. 물론 정성화 역시 이 작품을 통해 ‘뮤지컬 배우’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많은 성장을 이루었고, 정상훈은 남경주와 정성화가 당황할 정도로 연기 연습을 한 결과 오디션에게 합격, 무대 위를 날아 다니고 있는 중이다. 오랜 시간 함께 해 친한 ‘형 동생’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스며 나오는 그들과의 인터뷰는 내내 즐거웠다.
“세어 보진 않았지만, 대략 15개 캐릭터를 소화하죠”
마침 공연이 없던 정성화가 가장 먼저 인터뷰 장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함께 인터뷰에 응하기로 한 남경주와 정성화는 무대 위에서 동선을 맞추느라 약간 늦을 거라는 정보를 전하며. 그는 TV에서 보여주던 소박하지만 인간성 좋고, 재치 있는 모습 그대로였다.
“3주만에 무대에 서는 거에요. 3번째 시즌을 맞이하면서 휴식기간 동안 함께 출연하는 정상훈씨와 통영과 근처 섬. 부산 등을 다녀왔습니다. 상훈씨와는 형제와도 같은 사이라 그 동안 쌓인 피로도 풀리고 좋던데요.”
정성화는 이전 [방황하는 별들]과 [가스펠] 등 뮤지컬 경험이 있지만 [아이 러브 유]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준다.
“이 작품은 제 뮤지컬 경력에 있어 특별한 작품이에요. 1년 반 넘게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사람들에게도 ‘쟤 참 뮤지컬 오래 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거든요. [아이 러브 유]는 한 배우가 소화해야 할 캐릭터가 평균 15개 정도에요. 사실 번거로워서 세어보진 않았지만 대략 그 정도인데 이는 배우로서 상당히 좋은 경험이자 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배우 남경주와 연기하는 건 어땠냐는 질문에도 특유의 시원시원함으로 답한다.
“처음 남경주 선배가 연습하는 걸 보고 ‘부담스러운 선배가 될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겪어보니 자상한 면이 많은 분이에요. 무대 위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모습에 깐깐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으세요. 술 한잔 함께 기울이는 선배와는 조금 다른 성격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좋은 책을 보면 ‘성화야 이 책 아주 좋더라, 너도 봐라’라고 항상 말해주는 선배죠. 또 자기 관리가 굉장히 철저한 분이기도 하고요. 아…마침 저기 등장하고 계시네요(웃음).”
장기 공연 위해 술, 담배 모두 끊어
정성화와의 대화 도중 남경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마흔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20대 후배들에 있어 에너지가 밀리지 않아 보인다. ‘그대로다’라는 말에 “최근 손해 본 느낌”이라며 “난 마흔 셋이라고 했는데 같은 64년 정치인들을 보니 다 마흔 하나라고 하더라”며 웃어 보인다.
어느새 뮤지컬 경력 22년. 배우 남경주가 무대 위에서 후배들을 넘어서는 파워풀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비법이 궁금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해요. 소위 술, 담배, 주색잡기 같은 걸 하지 않고, 아… 술은 안 해도 결혼을 했기 때문에 뒤에 건…(웃음). [아이 러브 유] 시작할 때 술, 담배를 모두 끊었어요. 작품을 하다 보니 장기 공연 조짐이 있더군요. 그런데 술, 담배를 하면 20대 후배들과 밸런스를 맞추기 어려울 거 같아서 그냥 끊었죠.”
남경주는 이번 시즌으로 매일같이 무대 위에 오르던 [아이 러브 유]를 떠난다. 이 작품에서 그를 계속 보기를 원하는 팬들은 둘째 치고라도, 남경주 스스로의 감회는 특별할 것이다.
“거의 2년 가까이 이 작품은 저에게 있어 생활 자체였어요. 그래서 이번 서울에서의 마지막 공연이 더 특별합니다. 이번 공연에서의 각오는 하나에요. 항상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자는 거죠. 배우에게도 유혹은 많아요. 친구 만나서 술도 마시고 싶고, 이야기 나누다 보면 밤도 새고 싶고, 이런 유혹을 떨치고 공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그는 특히 후배들과의 인연을 특별하게 생각한다. [아이 러브 유]가 장기 흥행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팀워크가 뛰어났기 때문이란 것. 남경주는 “이렇게 열심히 하고 뛰어난 후배들과 또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후배들을 아끼는 마음을 드러냈다.
“형이요? 짠 분인지 아닌지 아직도 미스터리에요”
정상훈은 인터뷰 장소에 가장 마지막에 나타났다. 무대 위에서 동선을 점검하느라 가장 늦은 것. 정상훈이 나타나자 아직 대화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는 그를 위해 선배들이 대신 말해주기 시작했다. 우선 남경주.
“이제서야 말하는데 상훈이가 오디션을 보기 위해 지방 공연까지 따라 와서 ‘이건 어때요, 저건 어때요’ 물어볼 때, 나중에는 정말 때려주고 싶었어요. 귀찮을 정도였거든요. 하지만 오디션에서는 ‘이 친구가 되겠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정말 되던데요? 오디션에 붙었다는 소리를 듣고 정말 대단한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오해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말씀 드리는데 오디션은 우리가 보지 않았어요. 그 결과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죠.”
오디션 에피소드에 이어 정성화는 ‘[아이 러브 유] 팀 화합 도모’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상훈이는 스텝과 배우들의 화합을 도모하는 모든 일을 도맡아 해요. 엠티나 연말 모임 등은 모두 상훈이가 기획하고 돈도 다 자기가 걷죠. 그래서 팀이 더 화기애애한 것 같아요.”
원래 팀에서 총무가 가장 민감하고 어려운 법. 정상훈은 “안 낸 사람들 회비는 대부분 형들에게서 받는다”라며 웃는다.
돈 이야기가 나오자 할 말이 많은 듯 정성화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래서 말인데, 남경주 선배는 정말 후배 마음을 읽는 거 같아요. ‘어? 형이 요즘 들어 짠데?’하고 느끼는 순간 선배가 ‘내가 오늘 한 턱 쏜다’고 하신다니까요. 아직도 형이 짠 분인지 안 짠 분인지 미스터리에요. 절묘한 타이밍 때문에(웃음).”
“어제 신당동 떡볶이 쐈잖아”(남경주)
“결혼하셔서 그래요. 결혼 전에는 형 돈을 우리가 관리했는데(웃음)”(정상훈)
“앞으로 더 자주 쏴야겠네…지난 번 피맛골에서 산 건 왜 말 안 해(웃음)?”(남경주)
"맞다. 술도 안드시는데 술 자리를 마련해 주셨죠"(정상훈)
수다 같이 떠들썩한 인터뷰는 공연 시작이 임박하는 바람에 마쳐야만 했다.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다들 장난스럽게 웃어 보인다. 그날 그들의 [아이 러브 유] 공연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호흡이 착착 맞아 떨어졌다.
**세 배우가 생각하는 뮤지컬 [아이 러브 유]의 힘
남경주 : 천재적인 음악, 속도감 있는 진행
정성화 : 심하게 공감가는 스토리
정상훈 : 다양한 연령층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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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송지혜(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운영마케팅팀 song@interpark.com)
사진 : 강유경 (9859prettygir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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