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무대는 날래 제끼라우!"더 신나는 탭댄스로 돌아온 뮤지컬 <로기수>

공연이 시작되기 전, 무대 위에는 탭슈즈 한 켤레만 덩그러니 놓여 수직으로 내리쬐는 핀조명을 받고 있었다. 무대가 정적인 순간은 그 때 뿐이었다. 지난 1일 저녁 서울 합정동 롯데카드 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로기수>의 월요쇼케이스는 2시간 내내 시끌벅적 했고 관객들의 폭소가 끊이지 않았다. 새롭게 추가된 노래와 업그레이드 된 무대를 처음 공개하는 자리여서 조심스럽다는 스탭들의 말이 무색하게 배우들의 노래와 춤에선 자신감이 엿보였다. 경쾌한 탭댄스 소리처럼 발랄하기 그지없었던 <로기수>의 월요쇼케이스 현장을 공개한다.

"요즘 무슨 작품하냐고 물어보면 <로기수>한다고 말 안 해요. 그냥 '고생'한다고 말하죠. 뮤지컬 <고생>인 것 같아요." (웃음)

<로기수>에 새로 투입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배우 박정표(박철식 역)는 탭댄스 연습이 이렇게 고생스러운 줄 몰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연습실 보일러가 동파되면서 추위에 떨며 춤을 추고, 무릎 통증이 찾아와 병원 신세를 졌다며 배우들은 고생담을 늘어놨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고생의 흔적보다는 해맑은 미소가 가득했다.


<로기수>는 탭댄스 뮤지컬이다. 1950년대 거제 포로수용소에 갇힌 북한군 소년 로기수가 탭댄스에 마음을 뺏기면서 춤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다는 내용이다. 이념대립이 첨예한 포로수용소가 배경이지만 뮤지컬은 라이브 밴드가 연주하는 스윙, 재즈, 비밥 등 흥겨운 음악으로 가득하다.

이번 <로기수> 월요쇼케이스는 지난해 초연에 비해 업그레이드 된 점들을 설명하는 순서로 문을 열었다. 올해 공연은 러닝타임을 20분가량 줄이고자 노력했고, 극 시작 후 40분 만에 등장하던 탭댄스 장면을 오프닝 무대로 앞당겼다. 관객들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변희석 음악감독은 ‘땅의 노래’ 등 새롭게 추가된 9곡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사를 전달하기에 적합한 멜로디와 노래하기에 좋은 멜로디가 있어요. 초연 때는 대사 전달에 적합한 자연스러운 멜로디가 돋보였다면 이번 재연에서는 노래 자체로서 매력적인 멜로디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이날 첫 시연곡 ‘땅의 노래’는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이 관객들이 기대하는 방향과 엇나가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윤나무, 박정표, 임강희, 최영민 등 배우 10명이 화려하게 선보이는 탭댄스 군무는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로기수가 맥주, 성인잡지 등을 접하며 미국 문화에 눈을 뜨는 대목인 ‘미제는 달라’는 이 작품이 북한군 포로라는 무거운 소재를 얼마나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는지 보여준다. 이번에 로기수 역으로 새롭게 합류한 이승원은 ‘세상 끝까지 PART1’을 부르며 격한 탭댄스 후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가창력을 보여줬다. 평소 몸치라서 <로기수> 출연은 엄두도 못 냈다는 이승원은 이 작품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워낙 좋은 작품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좋아하긴 했지만 탭댄스를 많이 춰야 한다는 얘기에 욕심내지 못했어요. 연출님 덕분에 로기수에 함께 하게 된 것 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요. 아직은 얼떨떨한데 첫 공연을 마치고 나면 제가 ‘로기수’가 되었다는 게 피부로 와 닿을 것 같아요.”


이번 <로기수> 월요쇼케이스는 업그레이드 된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을 보는 자리인 동시에 팬미팅의 성격도 짙었다. 전 배우 댄스 타임을 열어 탭댄스, 브레이킹 댄스, 발레, 막춤까지 보여주며 팬서비스 시간을 가졌다. ‘로기수’ 삼행시를 지어달라는 관객의 요청에 배우들은 재치 있는 대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로기수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시작한, 수작입니다.”(윤나무)
“로기수! 기똥차구만, 수흐흐흡(웃음).”(홍우진)


이날 400여석을 가득 채운 관객 중에는 초연을 관람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미 배역과 배우의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만큼 허를 찌르는 질문들로 배우들을 당황하게 했다. 배우들도 관객들이 낯설지 않은 듯 친한 친구를 대하듯이 스스럼없는 멘트로 관객들과 대화를 이어갔고 간단한 농담 한마디에도 객석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월요쇼케이스 2시간 동안 부쩍 친해진 느낌이었다. 사회자로서 행사를 마무리 짓는 배우 김성수(황구판 역)의 인사에서 이런 마음이 고스란히 표현됐다.

“오늘 쇼케이스는 관객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는 데에 초점을 뒀어요. 관객들이 오늘의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로기수>를 보러 오셨으면 하는 것이 저희의 바람이고요. 거리낌 없이 울고 웃고 박수칠 수 있는 뮤지컬이 되었으면 합니다.”



김태형 연출에 윤나무, 이승원, 김종구, 홍우진, 최영민, 박정표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로기수>는 오는 16일부터 약 2달 동안 DCF대명문화공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