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드 파리 - 집시 (Gypsy) 의 의미(3)
작성일200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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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 (Gypsy) - ‘의무’와 ‘소유’를 잃어버린 민족에 대하여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프랑스인 외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민족이 집시이다. 여주인공인 에스메랄다가 집시처녀이며, 뮤지컬 전반에 걸쳐 그들의 생활상이 보여진다. 이번 편은 그들 집시에 대한 소개를 통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나오는 집시들의 모습들을 이해할 수 있는 조그마한 초석이 되었으면 한다. 이후 집시에 관한 내용들은 ‘집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에서 인용한 내용들로 존칭어는 생략하기로 한다.
전세계적으로 퍼져있는 유랑민족으로 문헌상 유럽에 처음 모습을 나타낸 것은 1417년에 독일이었다. 120여명으로 시작된 집시민족은 14-15세기 전반에 거처 유럽사회로 확대되었으며 Gypsy의 어원은 영국에서 이집트에서 온 것으로 잘못 알고 유래된 단어로써 프랑스에서는 치간느 (Tzigane) 혹은 보헤미안 (Bohemian), 독일에서는 치고이너 (Zigeuener), 스페인에서는 히타노 (Gitano), 동유럽에서는 치가니 (Czigany)로 불리웠고 이외에도 다른 수많은 이름으로 세계에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집시 민족의 기원에 대해서는 많은 이견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들은 산스크리트계의 언어인 칼로어 (Calo)라는 고유의 언어를 사용하며 문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통적으로 단일한 민족을 이루고 있지만 국가라고 할 만한 단일한 공동체를 형성한 적은 없으며, 부족 또는 가족단위로 혈족, 친족 간의 결합이 특히 강하다. 집시는 정처 없이 떠도는 유랑생활을 한다. 이런 생활에 걸맞게 남자들은 주로 가축중개인, 동물조련사, 연예인, 대장장이, 각종 수리공 혹은 음악가로서 일을 하며, 여자들은 점쟁이, 약장수 등으로 생계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시대가 바뀜에 따라 이런 직업은 바뀌어가고 있으며 그들의 자손들은 지금은 현대적 교육을 받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집시들은 많은 박해와 차별을 받았다. 그들에 대한 고발과 비난, 또 이에 따른 학살, 추방이 끊이지 않았으며 심지어 루마니아에서는 1866년까지 노예 생활을 했으며 서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는 사냥의 대상이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나치에 의해서 40만 명의 집시가 몰살되기도 했다. 오늘날에는 집시들도 대다수가 정착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식적 기록에서는 프랑스에 집시들이 나타난 것은 1427년 8월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처음 이들은 귀족행사로 프랑스인들의 환심을 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프랑스 농부들과 마찰을 빚게 되었다. 당시 미신을 믿고 있던 프랑스인들을 마법과 마술의 공포로 사로잡았고 더 나아가서 농부들의 재산을 약탈하기 시작한 것이다. 프랑스 농부들은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한 집착이 놀라울 정도로 강했기 때문에 당연히 집시들과 싸움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약탈을 하다 잡힌 집시들은 밧줄에 목을 매이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는 시인 그랭그와르가 집시구역에 들어갔을 때 같은 형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수형에 처할 위기에 놓이는 장면을 통해서 당시 집시들과 프랑스 국민들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1504년 루이 12세는 칙령을 공표하여 집시들을 프랑스에서 추방할 것을 명령하고 명령에 응하지 않는 자들은 교수대에 보내라고 했다. 궁지에 몰린 집시들 또한 쫓겨 다니며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그 뒤로도 집시에 대한 박해는 중세 프랑스에서 계속되었다. 유럽 각지에 스며든 집시들은 그 나라의 문화와 특색에 따라 나름대로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된 점은 문명화된 세계라는 커다란 영향력의 울타리 밖에 하나의 실체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세대마다 많은 문화적 압력에 종속되어 왔지만 그들은 고유의 언어를 잃지 않았으며 민족적 자주성을 지켜왔다. 바람 앞에 서 있는 천막 속에서 그들을 지탱할 수 있었던 건 소유에 대한 끝없는 욕심과 자신의 울타리를 지키기 위한 의무로부터 남의 울타리를 파괴하는 집착 대신 삶을 삶 그 자체로 이어나가는 그들의 지혜와 자유로움이었을 것이다.
의무와 소유라는 단어 대신 사랑과 자유를 택한 오래 전 집시들의 결혼식 서약에서처럼..
‘더 이상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떠날 것이라고 맹세하라’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인공인 에스메랄다는 집시 여성들의 쾌활함과 솔직함,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위기의 순간에 자신을 도와준 근위대장 페뷔스에 대한 사랑으로 목숨까지 내놓는 상황에 처해진다. 페뷔스의 용모와 능력에 반했던 그녀는 또 다른 집시여인인 ‘카르멘’과 비슷한 성향을 가졌을 지도 모른다. 비록 ‘카르멘’에선 보다 정열적인 카르멘이 돈 호세를 버리고 투우사인 에스까미오에게 변심을 하지만 만약 에스메랄다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콰지모도가 꼽추가 아닌 미남이었다면, 부주교인 프롤르가 부유하고 젊은 청년이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스메랄다는 페뷔스 하나만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모든 어리석음에도 불구하고 에스메랄다는 충분하게 사랑받을 만한 요소를 갖춘 매력적인 여성임에는 틀림없다. 그녀에게 필요했던 것은 숨쉴 수 있는 공기와 사랑뿐이었던 보헤미안의 여자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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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회련(대학강사 / annais9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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