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충동', 비극으로 치닫는 남성의 폭력

“사내는 말이여, 자고로 힘이여!” 연극 ‘남자충동’(조광화 작·연출)은 이렇게 거칠고 맹목적인 확신으로 출발한다. 영화 ‘대부’의 알 파치노처럼 조직을 꾸리고 가족을 지키고 싶어하는 주인공 장정(안석환)부터 노름에 빠진 아버지(정진각), 장정의 남동생 유정(이남희), 여장 남자 단단(김재만)과 숱한 건달들에 이르기까지 무대에는 온전한(?) 사내가 한 사람도 없다. 조광화 특유의 공간 분할을 보여주며 시작된 연극은 시간의 흐름까지 뚝뚝 끊으며 만화적이고 영화적인 상상력을 끼워넣는다. 중요한 결정이나 고민의 순간마다 주인공들이 극 밖으로 나와 던지는 능청스러운 독백이나, 크고 빠른 몸동작을 슬로모션으로 길게 펼치는 연출 방식은 지극히 희극적이다. 하지만 상황은 갈수록 비극으로 치닫는다. 비극을 가능한 한 희극으로 포장하면서 조광화는 남성과 그의 폭력이 얼마나 희극적인지를, 또 그 결과가 얼마나 비극적인지를 폭로한다. 노름을 못 끊는 아버지의 손을 일본도로 자를 때 피처럼 흩어지는 화투장들, 마지막 장면에서 꽃잎으로 흩날리는 장정의 피를 통해 압축미도 놓치지 않는다. 물고기처럼 펄떡이는 전라도 사투리를 내뱉으며 무대를 휘젓는 장정과 건달들이 빚어내는 남성적 이미지는 자폐증이 있는 장정의 여동생 달래와 여성적인 유정이 등장할 때마다 희화화된다. 안석환은 독특한 캐릭터와 화술만으로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극의 진폭을 넓히기에는 총알 같은 맹렬함이 부족해 보였다. 달래 역의 이유정은 머리를 쓰거나 해설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연기를 해냈다. 정진각의 노련함, 이남희의 능청, 황정민의 자연스러움 등 각각은 다 좋지만 개막일이라서인지 전체적으로는 느슨해 극의 밀도는 높지 않았다. 단단의 극적 효과도 아직은 미흡하다. 조선일보 박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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