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바람둥이 골드미스터, 결혼을 고뇌하다

<스위니토드>의 전설적인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과 <오페라의 유령>의 연출가 해럴드 프린스와 손잡은 첫번째 작품 뮤지컬 <컴퍼니>(연출 이지나)가 처음으로 한국 관객 앞에 섰다. 한 명의 독신남과 그를 둘러싼 다섯 커플, 세명의 여인이 보여주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유쾌하게 펼쳐지는 작품이다.

무대는 소파와 모던한 조형물, 피아노만으로 심플하게 이뤄져 있다. 그 무대를 채우는 건 14명의 배우들. 주인공 바비와 5쌍의 커플, 그리고 바비의 세 여자친구들이다. 이들이 맡은 배역뿐만 아니라 앙상블까지 소화하면서 무대를 떠나지 않는다는 점도 독특하다.

<컴퍼니>는 조지 퍼스가 쓴 11개의 단막극으로 구성된 연극을 원작으로 쓴 만큼 바비의 연애담뿐만 아니라 제각각 펼쳐지는 다섯 커플의 이야기도 같은 비중으로 진행된다. 살과의 전쟁을 벌이는 떠들석한 커플, 쿨하게 이혼을 선택한 미스터리한 커플, 사는 게 재미없는 오래된 커플 등 공감을 이끌어내는 그들의 이야기가 코믹하게 그려지는 것. 

결혼에 대한 단상, 손드하임의 노래에 녹아들어
바비는 결혼한 친구들을 지켜보며 결혼에 대한 환상을 품기도 하고, 때로는 회의감에 빠지기도 한다. 누군가 옆에 없다는 것이 두려워 결혼을 하고는 싶지만, 싱글의 달콤한 자유 역시 놓치고 싶지 않다. 그의 친구들 역시 바비가 결혼하기를 바라지만 싱글의 자유를 누리를 그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며 그만은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모순된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바비와 다섯 커플의 이야기는 주, 조연의 경계를 허물며 비슷한 비중으로 다가오는 점은 이 작품의 특징. 고영빈, 민영기, 이정화, 서영주, 선우, 양꽃님, 김태한, 방진의, 유나영 등 14명의 실력파 배우들이 누구 하나 뒤쳐지지 않고 자기 역할을 120% 소화해내는 점은 이번 무대의 즐거움 중 하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작품에서 손드하임의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손드하임 특유의 절묘한 화음이 이번에도 발휘되는데, 특히 바비의 친구들이 앙상블이 되어 만들어내는 화음은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되뇌이게 하는 힘이 있다.

1970년에 초연한 이 이야기가 현재 우리 관객들에게 유효한 건, 결혼이 아직도 우리 사회의 화두이기 때문. 바비는 요즘 소위 요즘 말하는 골드미스터의 전형이고, 그가 갖는 고민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1970년대보다 오히려 더 많아졌을 거다.

<컴퍼니>는 초연 이후 꾸준히 리바이벌 되어오다 2006년 브로드웨이의 에델 배리모어 씨어터에서 존 도일의 새로운 연출로 무대에 올랐고, 2007년 토니상 리바이벌 작품상과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리바이벌 작품상을 비롯한 3개 부문을 수상하며 다시 관심을 받았다.

“결혼을 해서 얻는 게 뭐야?” “나는 누구를 돌봐주지?” 바비는 이 질문 속에 갇혀 선택의 기로에 서고 만다. 답은, 극장 문을 나오면서 관객 각자가 내려야 할 몫이다.



글 : 송지혜 기자(인터파크ENT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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