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인 더 씨어터> 순간과 영원의 악수가 인생임을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두 스님 중 노 스님이 쓰러지며 죽음을 맞는다. 울부짖는 젊은 스님, 그리고 암전. 박수소리가 터져 나온다. 다시 조명이 밝아지면, 무대 위 또 다른 무대에 선 두 배우는 객석을 향해 인사를 한다.
이것은 연극 <라이프 인 더 씨어터>의 첫 장면이다. 이후로도 작품 안에서 몇 번이고 새로운 연극이 끝나고 또 시작하는 까닭은, 이 모든 것이 작품의 주인공인 배우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가 오늘과 내일 출퇴근을 하고, 학교를 가며, 친구를 만나고, TV를 보듯이.
연극열전2의 여섯 번째 작품인 <라이프 인 더 씨어터>는 나이와 경력이 쌓일 만큼 쌓인 선배 배우와 큰 포부와 배짱으로 이제 시작하는 후배 배우의 모습을 통해 인생의 흐름을 묵묵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하지만 특별한 설정일 것 같은 ‘씨어터’와 ‘배우’의 자리에 무엇이든, 누구든 대신 들어갈 수 있으며, 이것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이다. ‘인생은 한 편의 연극과 같다’라든지, ‘연극은 삶을 비추는 거울’ 등의 말들을 굳이 꺼내지 않아도, 이 연극을 통해 인생의 한 토막이 그대로 연극이고, 연극의 한 부분이 그대로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선배 배우는 배우의 자세를 이야기하고 지나간 경험들을 늘어놓다가도, 순대국 먹으로 가는 후배 배우 옆에 가만히 앉아 있어 준다고 하고, 엉덩이가 터진 바지로 관객들의 웃음을 사자 속상해 하기도 한다. 후배 배우는 ‘왜 배우가 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주인공만 하고 싶다’고 명랑하게 말하지만 선배에게 예의가 깍듯하고 쉽게 선을 넘지 않는다.
등장 인물인 선배 배우와 후배 배우의 조합은 자칫 구 세대와 신 세대의 대립이나 막판에야 선배의 진심을 깨닫는 젊은 배우, 혹은 선배를 능가하는 후배 배우의 탄생 등과 같은 익숙한 스토리를 상상하게 하나, <라이프 인 더 씨어터>는 보기 좋게 그 기대를 벗어나는 것이다. 선배 배우의 쓸쓸한 뒤안길이나 후배 배우의 찬란한 스포트라이트가 등장하긴 하지만.
기발하고 독특한 전개로 관객들의 뒤통수를 시원히 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산전수전 다 겪은 고수의 그윽한 눈빛으로 그저 덤덤하고 진실되게 자기의 길을 걷는 작품이기에 여운은 길고 감동은 깊어진다.
이순재와 홍경인, 전국환과 장현성, 두 팀의 맛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겠다. 연륜이 빚어내는 묵직함과 젊은 피의 패기가 멋들어지게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소박하지만 빛나는 위트에 깨끗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집으로 되돌아 가는 관객들의 발걸음이 뿌듯할 것이다.
글 : 황선아 기자(인터파크ENT suna1@interpark.com)
사진 :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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