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클로저 - 사랑에 대한 인간 본능의 적나라한 이야기
작성일2005.03.09
조회수9,435
강렬하고 충격적이고 감각적인 연극
“보여줘봐...그 사랑이라는거, 볼수도 없고, 만질수도 느낄수도 없어....들리기는 해.. 들리기는 하는데 이제 믿음이 안가...오빠가 말하는 사랑은 너무 쉬워서 이제 믿음이 안가... 그래서 마음이 움직이질 않아......“
수정이 진실한 사랑을 갈망하면서 성일에게 내밷는 대사이다. 첫 눈에 반한 사랑으로 인한 일상의 파멸, 두 커플의 균열, 삶의 권태에서 은밀한 유혹으로 이어지는 격정, 그로인한 배신..... 이것이 <클로저>이다.
‘사랑은 아름답다...’라고 믿는 순진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연극일 것이고, 사랑에 대한 아픈 기억이라도 갖고 있는 이라면 ‘그래...이게 바로 현실이야..’.라고 냉소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는... 그리 일반적인 공연은 아닌 듯 싶다.
97년 이브닝스탠다드 베스트코메디상, 97년 영국 비평가협회 최우수작품상, 98년 올리비에 어워드 최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한 작품이자 전세계 50여 개국, 100여개 도시, 30여개의 언어로 무대에 올려진 블록 버스터급 연극이다. 인간관계를 다루는데 있어서 가장 통찰력 있는 작품 중에 하나로 꼽힌다는 클로저는 탄탄한 대본과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대사, 감각적인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장면 등이 압권이다.
네 남녀의 뒤얽힌 사랑
심플하다 못해 공허하기까지 한 무대는 깔끔히 정돈된 갤러리를 보는 듯하다. 시간차가 있는 장면을 조명으로 처리해 관객의 이해를 돕는 진행과 모던 스타일의 음악, 군더더기가 없는 날 선 대사들은 치졸한 남녀관계와 인간관계에 대한 본성을 표현하는데 이보다 더 적절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지혜의 톡톡 튀면서 반항적인 대사, 눈빛과 몸짓은 지극히 고독한 수정을 가장 적절히 표현해 냈다. 남성진과 손병호는 같은 역할이지만 전혀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은 끝까지 비열하고 집요한 수컷 본능을 드러내는 데는 정말 완벽했다.
종학과 성일의 인터넷 Scene의 기발한 무대 연출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탄탄한 Plot의 중심에 서 있는 <클로저>가 영화로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진한 커피향처럼 내음맡게 했다. 대학로로 옮겨 연장공연에 들어간다하니 기대해 봄직 하다. 이번 주말가지는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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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준한(인터파크 공연팀 allan@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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