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 로맨스, 참을 수 있는 가벼움 <궁>

판타지와 로맨스가 살아있는 곳, ‘대한민국은 입헌군주국이다’는 설정으로 펼쳐지는 뮤지컬 <궁>은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태생부터 ‘경량급’인 말랑한 뮤지컬이다.

바람을 일으키며 나타나는 등장인물, LED 화면을 활용한 말풍선과 각종 만화적 효과들이 소녀들의 로망에 바람을 불어넣는다. 완벽한 팔등신 몸매를 자랑하는 황태자 이신과 하루 아침에 황태자비가 된 평범한 여고생 사이의 로맨스 스토리는 소녀들의 로망에 정점을 찍는다.

뮤지컬 <궁>은 전체 스토리보다 장면에 집중했다. 화려함이 부각되거나, 관객들의 로망을 건드릴 수 있는 장면에 집중한 뮤지컬은 만화, 드라마 속 알맹이 장면들을 쏙쏙 뽑아냈다. 컷컷으로 흘러가는 듯한 장면에 만화, 드라마를 접하지 못한 관객들은 ‘이 이야기가 갑자기 왜?’라는 물음표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복수의 칼날을 가는 혜정궁의 음모스토리에 긴장감이 아쉬웠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날 공연에는 발랄한 여고생으로 변신한 곽선영이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김동호가 완벽한 8등신 몸매를 자랑하는 황태자로 등장했다. 여주인공 채경은 정략 결혼의 증표인 반지를 없애려는 ‘약혼지환’, ‘대략난감’등 앙상블들과 흥겨운 장면을 연출하지만, 황태자가 앙상블들과 어울리는 장면을 찾기는 힘들었다.

<궁>을 보고 떠오른 뮤지컬은 <선덕여왕>, 그리고 <미녀는 괴로워>였다. LED를 전면으로 내세웠던 <선덕여왕>보다 훨씬, 세련됐고 영리했지만 히트 스토리를 뮤지컬로 풀어내는 방법은 <미녀는 괴로워>보다 미숙했다. 말랑한 재미는 넘쳤지만 뮤지컬 무대 특유의 멋을 살린, 앙큼한 아이디어가 아쉬운 무대. 소녀들의 로망을 노리는 원작스토리의 힘으로 꾸려진 이 뮤지컬에 소녀들을 위한, 완벽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남자스타의 캐스팅은 필수요건 이었을 것 같다.

화려한 춤 솜씨를 자랑하는 아이돌스타, 유노윤호의 티켓은 전석매진 된 상태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댓글1

  • A** 2010.09.10

    ㅋㅋ 참을수있는 가벼움. 경량급 뮤지컬이군요.. 가볍게 즐기기에 좋을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