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10년째 시즌 이은 김제동, "내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는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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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랬는데, 토크 콘서트를 앞두고 만난 김제동은 비 맞고 상처입은 작은 새 같았다. 우리가 아는 김제동은 소통과 힐링의 대명사였고(톡투유, 힐링캠프 등), 고민 해결사였고(윤도현의 러브레터), 기부천사였다(그는 '김제동과 어깨동무'라는 재단을 만들어 청년 기부에 앞장섰고 미얀마에 학교를 짓는 중이기도 하다). 2009년부터 방송활동 대신 김제동 토크 콘서트 노브레이크를 시작했고 올해까지 시즌 9를 이어왔다. 뮤지션이 아닌 방송인으로 10년째 자기 이름의 브랜드로 독보적인 컨텐츠를 갖고 있는 이는 김제동이 유일무이할 터. 오는 22일 홍익대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토크 콘서트를 앞두고 플디와 만난 김제동은 순수한 자연인으로의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옳고 그름을 떠나

나라는 존재를 지우게 하는 요즘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

 

(플디) 2009년에 처음으로 토크 콘서트를 시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가수가 아닌 방송인의 토크 콘서트가 생소했는데요. 어떻게 시작했습니까, 자신 있었습니까
(김제동) 해보고 싶었어요. 원래 하던 일이 레크레이션 강사였으니까. 그 당시 토크 콘서트가 생소하긴 했지만,  게스트 또는 관객들과 이야기 하는 공연 형식이 있었어요. 외국에서는 스탠딩 코미디라고 하고, 더 옛날에는 마당극이 그렇고. 또 혼자서 완창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고 봐요. 따지고 보면 제가 형식적으로 처음인건 아니에요. 하지만 혼자서 2시간 넘게 하는 토크 콘서트, 게다가 10년간 이런 공연은 흔치 않고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내 얘기 책으로 쓰면 2권 나온다. 내 얘기 영화로 만들면 대박칠거다’.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이런 얘기를 합니다. 알려졌는지 아닌지의 차이일 뿐이지. 모두가 자기 인생을 걸고 살고 있잖아요. 무엇보다 저의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옳고 그름을 떠나 나라는 존재를 지우도록 요구하는 세상인 것 같아요. 연예인이든지 누구든지간에. 다른 사람의 기호, 성향에 맞춰서 (사는거죠) 이렇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이렇게 말하면 이렇게 공격하겠지, 그러면서 자꾸 외부 잣대에 맞추니까 자신을 스스로 깎아내고 나중에는 다른 사람의 취향이나, 혹은 SNS에서 나와 교류하는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어떤 집단에 소속되려 하거나 어떤 집단의 취향에 맞춰 나를 포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를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나를 지우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맞춰 살지 말자, 며느리나 딸, 아들, 청년.. 사회에서 요구하는 틀 안에서 개인은 사라지게 만드는 경우가 있어요. 자꾸 사과하게 만드는 사회 같아요.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내 생각은 이런데..’ 이런 사족을 달면서요. 자기 생각을 말하는걸 금기시 해오고  위축 시키는 어떤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거죠. ‘내가 이런 얘기 해도 될 지 모르겠는데..’ 라고 사람들이 얘기하잖아요. (공연에서) 다 꺼내놓고 이야기해보고 싶은거죠. (사회적 분위기가) 개인을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어떤 분류가 있으면 ‘너는 여기구나’, ‘너는 이쪽이구나 (왼쪽이구나 오른쪽이구나) 또는 이런 주의구나’ 하고 한 개인을 자꾸 말살시키고 어느 쪽에 집어 넣는거죠.    
 

사과하지 말 것에 대해

사과하지 말자

사람들 기 좀 그만 죽이자
  

주변의 후배나 작가들 보면요, 최저임금 조금 올랐어요. 그런데 집세 월세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오르죠. 그런데 최저임금 올리면 자영업자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거죠. 그래서 작년에 최저임금이 오르지도 않았는데 일년 내내 오른 임금으로 이야기하고 마치 지금 2-40대 일하는 사람들이 최저임금을 좀 더 많이 받아서 나라 경제가 위기에 빠진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말 하면 또 정치적인 얘기한다고 뭐라고 하죠. 그런데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 어떻게 누구를 꼽을 건지 결정하죠? 그게 더 코미디 아닌가요. 선관위에서는 연예인 이용해서 투표하라고 플랫카드 붙여놓고 홍보하면서 정치에 대해서는, 우리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말라고 하는게 코메디에요. 그러면서 (저는) 또 욕먹겠죠. 그럼 저는 ‘내가 정치적인 얘기해서 미안하지만..’ 이렇게 출발 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제는 사과하지 않겠다.
 
자꾸 그런 구도를 만들어요. 일하는 2340대 청년들이 돈을 조금 더 많이 받고 (오르는 월세 만큼은) 적어도 자기 존엄을 유지하며 살자는 것이 자영업자 망하게 하자는 바람을 가지는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분법적인 구도를 만들어 놓고. 언제부터 대형 언론사들이 자영업자를 그렇게 걱정했는지 모르겠거든요. 한번도 편들어준 적 없어요. 토끼와 거북이 싸움 시켜놓고 나무 위에서 가만히 돋 버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이분법적 구도를 만들고 제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싸우게 만들어요. 이러한 이야기를 백분토론이나 뉴스룸에서 보면 재미없죠. (공연에서) 우리 말로 해보자는 거죠. 어딘가 풀어 놔야 할 것 아니에요. 이런 말하면 넌 돈 많이 버니까 이런 말 할 자격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죠.
 
김제동 토크 콘서트 지난 후기 중에 ‘동시대를 살고 있어 참 감사하다. 몇살 차이 안나고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없는데 진짜 어른같다. 그것도 참 괜찮은 어른’ 이런 말이 있던데. 나이만 먹었지 언제 어른이 될까 싶어요. 죽기 전에 어른이 되는지.. 김제동씨가 생각하는 이 시대의 어른은 무엇인가요  
 
아마 진짜 어른이 뭔가 고민하는 사람이 진짜 어른이 아닌가 싶어요. 진짜 어른 같지 않은 사람들 많거든요. '나같은 사람이 멘토가 아니냐' 그런 사람들이 꼰대인 것 같아요. 권위가 그렇게 생기는게 아니잖아요. 자기 생각을 주입시키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런 사람들이 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해도 진짜 어른이 되는 건 힘든 것 같고. 아예 어른이 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최소한 장애물은 만들어놓지 않고 가는 것. 우리 뒤에 오는 아이들에게 최소한 아이들이 사는 시대에서 먼저 살다간 사람들 때문에 골치 아프다 이런 말들은 듣지 않아야 하지 않나. 싶어요.

적어도 의식주 중에 주거라도 해결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쪽방촌 가보면 돈 벌어서 월세 내다가 볼일 다 보는 거에요. 20대들 소비 늘었다 발표 나오는데 수입이 늘어서가 아니라 집사는거 포기해서 소소하게 소비하는거죠. 제가 20대때는 지금처럼 (개인적으로) 크게 걱정 안했던 것 같아요. 어디가나 노가다 막노동 두 달 일하면 등록금 벌었고 그랬어요. 취업도 바로 되구요. 90년대 초에.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닌데 열심히 해야지 그것만으로 되는게 아니잖아요. (일부 언론들은) 다 대기업들이 어렵다고 그러지. 힘없는 사람들이 광고주 아니잖아요.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지 빤히 보이잖아요. 공연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이야기 해보자는 거죠.

한국전쟁때 고아들이 많이 생겼잖아요. 고아들을 데려다가 대신 돈 뜯어먹고 하는 나쁜 어른들이 있었는데, 신부님 수녀님이 그런 아이들을 모아서 키우는 고아원이 있었어요. 당시에는 삼시세끼 먹기가 힘드니까 저녁 식사를 할 때 아이들이 허겁지겁 먹고 싸우니까, 신부님과 수녀님이 고민하다가 그랬대요. 아이들이 먹고 있는 동안 옆에서 계속 밥을 하는 거에요. 먹을 밥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계속 보여주는 거죠. 애들이 점점 편하게 밥을 먹기 시작했대요. 내일 아침에도 밥있어. 보여주고 안심시키는 거죠. 저는 그런 게 복지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내가 이 사회에서 굶어 죽진 않겠다. 그런거죠.

아픈 아이는 치료받고 배고픈 아이들은 밥 먹고. 간단 하잖아요. 처음 헌법 제정할 때 무상교육이 명시되어 있어요. 그런데 지금도 혈세를 퍼붓는다느니, 애들 밥먹이는 거가지고. 어쨌든 그 신부님이 고아원에 수영장 짓겠다고 그랬어요. 주위에서 사치다 애들한테 수영장까지 마련하냐 그랬는데, 그분들이 왜 우리 애들은 최소한 먹기만 하면 살거라고 생각하냐, 부모 없고 그렇다고 우리 애들 수영장에서 수영 못 시킬 이유 있냐 그랬다고 해요. 저는 그런 게 진짜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김제동의 강연, 프로그램 보면 많이 공감하고 웃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하는데, 정작 김제동이 억울하고 답답할 때는 누가 풀어주나요.

근데 사람이 살다 보면 누구나 억울한 일 있잖아요. 이제 니들은 그렇게 말하고 나는 내 뜻대로 하겠다. 그래요. 사람들은 안그래도 다 자기 중심을 잡고 살고 스스로 말에 책임질 정도의 중심을 잡고 있는데, 믿지 못하고 자꾸 꼰대질을 하는 것 같아요. 공자 맹자가 우리나라에 왜 이리 많이 현신하셨는지, 실제로 그러지도 않으셨거든요. 내가 아는 공자님은 매우 유머러스하고 맹자는 혁명적이었어요. 남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살든 무슨 상관이에요. 그게 자기가 없어서 그러는 거 같아요. 남이 몇살에 결혼해야 하는지, 왜 연애를 안하는지, 애는 왜 안갖지, 둘째는 왜 안갖는지.. 무슨 상관이냐구요.
 
한달에 적게는 5천명, 2만명 만난다고. 안 피곤하세요?
 
피곤해요. 저는 폐쇄적이고 소통 이런 말 들을 때마다.. 사실 일대일의 내밀한 대화가 소통이지, 어느 지점에서 맞닿아서 공감이 되는 거겠죠. 엄밀히 말하면 자기와의 소통이죠. 저는 매개체일 뿐이지. 길거리, 산에서 사람 만나도 사진 잘 안찍고 그래요., 19세 이하만 응해줘요. 그들이 절 잘 모르기도 하지만. 저는 내밀한 소통이 늘 그리운 사람이에요.  세상에 공짜는 없어요. 정확해요. 돈이든 명성이든, 특히 더 주는 돈은. 덜 주는 돈은 제대로 안돌아가요. 작가들, 최저임금.. 그런거. 지나치게 준다 싶은거 있죠, 그건 반드시 대가를 요구하는 것 같아요.  국진이 형이랑 스크린골프방에서 그냥 가만히 있는 시간, 아무도 안만나고. 그런게 그립기도 하고. 늘 사람이 그립기도 하고. 

그냥 김제동으로 산 게 굉장히 오래 됐잖아요. 어딜가도 나를 알고. 한번 상상해보시면 굉장히 좋을 것 같기도 하지만 굉장히 끔찍하기도 해요. 사람들과 잘 지내다가도 한번씩 훅훅 찌르면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가 비수를 들고 있는 거 같기도 해요. 그런 의심이 들면 섬뜩하죠. 내가 연예인이기 때문에 이 사람들과 이런 관계를 갖는게 아닌가 싶으면 섬찟하죠. 그런 게 없는 아주 건강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한테 배우는 거죠. 공연할 때마다 여러분 좋겠다. 그렇다고 내가 나쁘다 그런건 아니지만. 여러분은 이런 좋은 점이 좋은거고.  금은 있는데 쌀은 없는게 연예인. 알려진 직업들이라고 해요.  

사람들 다 힘든데 내가 이런 말 해도 되나 이런 생각 들기도 하지만. 상황이 다르지 누구나 힘든 때가 있는거죠. 제 직업은 끊임없이 나를 지워야 하는 직업인거에요. 이말 하면 이렇게 하겠지, 사람들의 요구나 사람들의 기호에 맞추는거죠. 스카이캐슬에서도. 엄마와 아빠의 요구에 맞추잖아요. 맞추다가 어느 순간 자기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루게 되는거죠. 


이어진 김제동과의 대화는 영상컨텐츠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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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선경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uncanny@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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