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만나는 아멜리 노통브 소설, 연극 ‘추남, 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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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현대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아멜리 노통브(Amélie Nothomb)의 소설 ‘추남, 미녀’가 국내에서 연극으로 만들어져 무대에 오른다. 예술의전당이 준비 중인 이 작품에는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어린왕자’ 등의 이대웅 연출과 연극 ‘보도지침’,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 등을 썼던 오세혁 작가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아멜리 노통브의 원작 소설을 재창작하는 과정을 거쳐 연극을 준비했다고. 어떤 작품이 될 것인지 제작진에게 미리 물었다.

25세에 '살인자의 건강법'으로 데뷔한 아멜리 노통브는 날카로운 통찰과 냉소가 버무려진 특유의 문체와 독창적인 발상으로 인기를 끌며 프랑스를 넘어 전세계에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1995년에는 ‘오후 네시’로 파리 프르미에르상을, 1999년에는 ‘두려움과 떨림’으로 프랑스 학술원 소설 대상을 수상했고, 그밖에도 ‘살인자의 건강법’, ‘불쏘시개’, ‘시간의 옷’ 등으로 프랑스에서만 누적 판매 부수 1500만부 이상을 기록했다.
 

이번에 연극으로 만들어진 ‘추남, 미녀’는 아멜리 노통브가 2016년 발표한 작품으로, 프랑스에서 널리 사랑받는 샤를 페로의 동화 ‘도가머리 리케’(Riquet à la Houppe)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소설은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이지만 매우 추한 외모를 가진 조류학자 데오다와 눈부신 미모를 가졌지만 늘 타인들로부터 멍청할 거라는 시선을 받아온 트레미에르의 운명적인 만남을 그린다.

‘추남, 미녀’가 연극으로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원작을 재창작해 희곡으로 써내려간 오세혁 작가는 소설 속 두 주인공이 서로 다른 얼굴로 태어났지만 결국 똑같은 무표정에 도달하게 된다는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다고. 그는 “얼굴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얼이 담겨있는 있는 골이라 하는데, 결국 그 사람의 궤적이 얼굴에 새겨지는 것”이라며 “‘추남, 미녀’는 추와 미를 대표하는 두 사람이 얼굴에 새겨진 궤적과 그 너머를 바라보게 되는 이야기라 생각했고, 그들이 결국 서로의 진짜를 발견하게 된다는 이야기에 끌렸다”고 전했다.
 
연극 '추남, 미녀' 연습 현장(정인지, 백석광)
 
연극에는 남녀 배우 단 2명이 출연한다. 천재 조류학자 데오다 역은 ‘문제적 인간 연산’, ‘로베르토 쥬코’의 백석광이, 아름다운 트레미에르 역은 ‘베르나르다 알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정인지가 맡았다. 이들은 데오다와 트레미에르 외에도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얼굴과 표정과 시선을 장면마다 각기 다른 연기 기법을 통해 표현한다.

관객들은 무대 위 두 배우가 그려내는 다양한 인물들의 감정과 표정을 따라가며 사랑과 갈등의 본질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보게 될 예정이다. “이 연극은 얼굴과 표정과 시선에 관한 이야기”라는 오세혁 작가는 공연장을 찾을 관객들에게 “두 배우가 펼치는 배우술(俳優術)의 향연을 신나게 즐겨달라”는 말을 전했다. 공연은 오는 24일부터 5월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펼쳐진다.
 

■ 국내에서 연극으로 만들어진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들
‘적의 화장법’

‘살인자의 건강법’과 더불어 아멜리 노통브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꼽히는 ‘적의 화장법’은 전체가 대화로 이뤄진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 한 남자에게 또 다른 남자가 말을 걸며 시작되는 이 소설은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도 섬뜩한 충격과 긴장을 넘나들며 마침내 놀라운 반전으로 끝을 맺는다. 2014년 창작집단 라스(LAS)가 이 소설을 2인극 형태로 재구성해 연극으로 선보인 바 있으며, 이후에도 창작집단 아우성 등 다른 극단에서도 여러 차례 연극 무대에 올렸다.


‘오후 네시’
프르미에르상 수상작인 ‘오후 네시’는 호젓한 시골마을에서 평온한 노후를 꿈꾸며 살아가던 한 부부에게 오후 4시마다 낯선 이웃이 찾아오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조용한 일상 속에서 느닷없이 갈등과 두려움에 빠진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 신념,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잔인함과 유머가 탁월하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꼽힌다. 2011년 조최효정 연출을 비롯한 극단 여행자 단원들이 연극으로 선보였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출처: 예술의전당, www.amelie-nothom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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