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과 광기로 무장한 홍광호-옥주현의 무대, 뮤지컬 ‘스위니토드’ 리뷰
- 2019.10.10
- 박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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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찢을 듯한 괴성으로 시작되는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분위기도, 스토리도 모두 어둡고 독특한 작품이다. 그러나 그만큼 강렬한 개성과 유려한 음악이 어울린 이 작품은 공연 내내 눈과 귀를 잡아 끄는 흡입력을 가졌다. 무엇보다 이 무대를 완성하는 것은 스타 배우들의 빼어난 열연이다. 지난 8일, 이 무대에서 만난 홍광호와 옥주현은 광기와 잔혹으로 무장한 스위니토드와 러빗부인으로 완연히 분해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지난 2016년 공연 이후 3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브로드웨이 사상 가장 혁신적인 작곡가로 꼽히는 스티븐 손드하임이 만든 이 작품을 2016년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가 제작에 나서 국내 초연(2007) 이후 9년 만에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선보였고, 조승우, 옥주현 등 스타 캐스팅, 개성과 대중성을 함께 갖춘 맺음새로 박수갈채를 이끌어내며 성공리에 막을 내린 바 있다. 이번 공연에도 ‘스티븐 손드하임 전문가’로 불리는 에릭 셰퍼가 연출을 맡았다.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지난 2016년 공연 이후 3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브로드웨이 사상 가장 혁신적인 작곡가로 꼽히는 스티븐 손드하임이 만든 이 작품을 2016년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가 제작에 나서 국내 초연(2007) 이후 9년 만에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선보였고, 조승우, 옥주현 등 스타 캐스팅, 개성과 대중성을 함께 갖춘 맺음새로 박수갈채를 이끌어내며 성공리에 막을 내린 바 있다. 이번 공연에도 ‘스티븐 손드하임 전문가’로 불리는 에릭 셰퍼가 연출을 맡았다.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터핀 판사에게 아내와 딸을 빼앗기고 15년간 옥살이를 했던 이발사 스위니토드가 자신의 삶을 망가뜨린 세상을 향해 행하는 잔인한 복수극을 그린다. 끝내 복수에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 역시 파괴되어가는 스위니토드의 모습, 이 핏빛 복수극에 불나방처럼 휩쓸려 저마다 광기로 향해가는 개성 강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빠른 속도로 펼쳐진다.
스티븐 손드하임이 만든 음악은 서곡부터 강렬하고 전위적인 분위기로 관객들을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들어는 봤나 스위니토드, 이발사 탈을 쓴 악마”라는 앙상블의 외침과 함께 하나 둘 조명이 켜지며 19세기 런던의 음울한 풍경이 드러나고, 점차 고조되는 긴장감 속에 터질 듯한 분노를 억누른 스위니토드가 마침내 무대 위에 등장해 이후 펼쳐질 이야기를 기대케 한다.
이어 귀에 자주 맴돌 듯 친숙하게 다가오면서도 어딘지 불협화음을 담은 음악이 이어진다. 이 뮤지컬에는 배우 한 명이 온전히 채우는 솔로곡이 거의 없다. 대개 한 곡 안에서 여러 인물들의 각기 다른 가사와 멜로디가 이어지는데, 그 조합이 매우 절묘하게 아이러니를 이룬다. 4인의 남녀가 똑같이 사랑을 노래해도 누군가는 음흉한 속내를 담고 있고, 누군가는 순수한 열정을 품고 있으며, 누군가는 혼란에 빠져 위태로운 심리를 드러낸다. 이로 인해 “키스해”라는 가사는 달콤한 동시에 위험하게 들리고, “딩동!”하는 명랑한 합창조차 섬뜩한 불안을 전한다. 곱씹을수록 매력이 넘치는 세련된 음악은 반전 끝에 다다른 극의 마지막 순간에 서곡과 수미쌍관을 이루며 감탄을 자아낸다.
스티븐 손드하임이 만든 음악은 서곡부터 강렬하고 전위적인 분위기로 관객들을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들어는 봤나 스위니토드, 이발사 탈을 쓴 악마”라는 앙상블의 외침과 함께 하나 둘 조명이 켜지며 19세기 런던의 음울한 풍경이 드러나고, 점차 고조되는 긴장감 속에 터질 듯한 분노를 억누른 스위니토드가 마침내 무대 위에 등장해 이후 펼쳐질 이야기를 기대케 한다.
이어 귀에 자주 맴돌 듯 친숙하게 다가오면서도 어딘지 불협화음을 담은 음악이 이어진다. 이 뮤지컬에는 배우 한 명이 온전히 채우는 솔로곡이 거의 없다. 대개 한 곡 안에서 여러 인물들의 각기 다른 가사와 멜로디가 이어지는데, 그 조합이 매우 절묘하게 아이러니를 이룬다. 4인의 남녀가 똑같이 사랑을 노래해도 누군가는 음흉한 속내를 담고 있고, 누군가는 순수한 열정을 품고 있으며, 누군가는 혼란에 빠져 위태로운 심리를 드러낸다. 이로 인해 “키스해”라는 가사는 달콤한 동시에 위험하게 들리고, “딩동!”하는 명랑한 합창조차 섬뜩한 불안을 전한다. 곱씹을수록 매력이 넘치는 세련된 음악은 반전 끝에 다다른 극의 마지막 순간에 서곡과 수미쌍관을 이루며 감탄을 자아낸다.
크게 바뀐 무대도 이 잔혹극의 강렬한 분위기를 한층 더 짙게 만든다. 지난번 무대가 화이트 계열의 심플하고 모던한 무대였다면, 이번에는 낡고 어두운 건물과 그 사이를 아찔하게 잇는 녹슨 철제 계단 등으로 이뤄진 4층 무대가 다음 순간 어느 함정으로 빠져들지 모르는 인물들의 위험천만한 모습과 어울려 긴장감을 더한다.
이 무대를 화려하게 완성하는 것은 배우들이다. 2007년 국내 초연에서 토비아스를 연기했던 홍광호는 12년 만에 이 작품의 타이틀롤 스위니토드를 맡게 됐다. 이미 ‘지킬 앤 하이드’, ‘햄릿: 얼라이브’ 등에서 혼란과 광기로 치닫는 인물들을 자기만의 결로 그려낸 그였기에, 스위니토로의 변신에 대한 기대도 컸다. 첫 등장부터 날카롭고 위압적인 모습으로 무대를 장악한 그는 자신의 장기인 선 굵은 가창력으로 강건한 힘과 집요한 광기가 교차하는 잔혹한 스위니토드를 그려냈다.
이 무대를 화려하게 완성하는 것은 배우들이다. 2007년 국내 초연에서 토비아스를 연기했던 홍광호는 12년 만에 이 작품의 타이틀롤 스위니토드를 맡게 됐다. 이미 ‘지킬 앤 하이드’, ‘햄릿: 얼라이브’ 등에서 혼란과 광기로 치닫는 인물들을 자기만의 결로 그려낸 그였기에, 스위니토로의 변신에 대한 기대도 컸다. 첫 등장부터 날카롭고 위압적인 모습으로 무대를 장악한 그는 자신의 장기인 선 굵은 가창력으로 강건한 힘과 집요한 광기가 교차하는 잔혹한 스위니토드를 그려냈다.
2016년에 이어 다시 한번 러빗부인으로 분하는 옥주현의 연기도 탁월하다. 그녀는 푼수와 능청, 잔정과 잔혹을 능수능란하게 오가며 “염병도 고상하게 떤다” 등의 익살스런 대사를 코믹하게 소화해 웃음을 이끌어냈다. 특히 러빗부인과 스위니토드가 성직자, 변호사, 소설가 등 온갖 직업군의 특징을 파이 맛에 비유하며 “윗놈이 아랫놈 등쳐먹는” 세상을 풍자하는 1막 마지막 넘버 ‘A little priest’에서 홍광호와 옥주현의 찰진 호흡이 빛을 발한다.
러빗부인의 조수 토비아스 역을 맡은 신주협은 한 순간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로운 순수성과 맹목성, 광기를 갖춘 소년의 모습으로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자신의 몫을 든든히 해냈고, 터핀 판사 역 서영주는 악랄하면서도 어딘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이 잔혹극에 또 다른 다채로운 결을 더했다.
각각의 캐릭터가 너무도 개성 있고 매력적인 만큼, 다른 배우들의 공연도 기대를 모은다. 2016년 공연 이후 3년 만에 다시 스위니토드로 분하는 조승우는 물론이고, 올해 새로 합류한 스위니토드 역 박은태, 러빗부인 역 김지현과 린아가 각 캐릭터를 어떻게 완성해낼지 궁금하다.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내년 1월 27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오디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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