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염 소나타’ J는 나와 닮은 인물…안아주고 싶어” 려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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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광염 소나타’가 인기리에 펼쳐지고 있다. 이 작품은 오직 음악을 향한 열망으로 살인까지 저지르는 작곡가 J와 그를 혹독히 몰아붙이는 스승 K, 천부적 재능을 가진 S 등 3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동인의 동명 소설을 모티브로 한 강렬한 서사와 인물들간의 촘촘한 심리 대결이 돋보이는 극이다. 그만큼 배우에게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연기, 노래뿐 아니라 피아노 연주까지 직접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제대 후 첫 뮤지컬로 ‘광염 소나타’를 선택해 일본 공연을 거쳐 벌써 세 번째 이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려욱은 바로 그 쉽지 않은 것들을 해내는 순간 느끼는 황홀함 때문에 무대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2011년 뮤지컬에 첫 발을 디뎌 어느새 10년차 배우가 된 그에게 ‘광염 소나타’에 대해, 그리고 요즘의 시간에 대해 물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다.)

Q ‘광염 소나타’는 제대 후 선택한 첫 뮤지컬인데, 어떤 점에 끌렸나요?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한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어요. 나만의 J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대본을 보고 넘버를 듣자마자 이건 해야 된다고 느꼈죠.

Q 려욱 씨가 생각하는 J는 어떤 인물인가요? 음악을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인물인데, 그의 심리를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했는지.
J는 저와 많이 닮았어요. 저도 사람이기에, 어느 한 켠에는 자격지심과 열등감이라는 감정을 느낄 때가 있거든요. J는 그런 감정을 한데 응축시킨 캐릭터 같아요. 누구나 조금씩은 갖고 있는 모습이기에 공감이 됐고 J의 낮은 자존감이 안타까우면서 동시에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도 예술을 위해 살인까지 저지른 건 정말 이해가 안 됐어요. 그래서 J를 이해하기 위해 연습 때 대본을 정말 많이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Q J의 친구이자 음악적 뮤즈인 S를 향한 감정에도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나요?
하농을 왼손만으로 다 쳤다는 부분에서 고등학교 때 생각이 났어요. 진짜 피아노를 잘 치던 친구를 보면서 어렸을 때 저도 ‘닮고 싶고 따라하고 싶다. 더 잘하고 싶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Q 극중 특히 좋아하는 장면을 꼽는다면. 
광염소나타 5악장을 부르는 장면을 제일 좋아해요. 제가 피아노 치면서 시작을 하는데 가끔 소름이 돋을 때가 있어요. 온 세상이 내 중심인 것만 같은 느낌이고 모든 상황이 프레임 단위로 다 끊겨서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 듯한 느낌인데 참 황홀한 순간이에요. 제일 짜릿해요.

Q J가 곡을 쓰지 못할 때처럼, 슬럼프에 빠질 때 어떻게 하시나요. 
슬럼프는 주기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그분이 오셨구나’ 하면서 자연스럽게 휴식을 가져요. 15년을 치열하게 일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몸보다는 마음이 쉽게 지치고, 우울할 때도 생기더라고요. 그럴 때는 여행을 간다든가 넷플릭스 영화나 드라마를 정주행하면서 일에서 조금 멀리 떨어지려고 노력해요. 그럼 또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겨요.
 
Q 2011년 ‘늑대의 유혹’으로 데뷔해 올해 벌써 10년차 뮤지컬 배우입니다. 뮤지컬과 연극 무대는 려욱 씨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뮤지컬과 연극 무대는 저에게 ‘감사’에요. 슈퍼주니어의 보컬 려욱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뮤지컬배우로 봐 주시는 분들이 생겨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심지어 제 팬들조차도 려욱이 아닌 ‘J’를 보고 나왔다는 후기에 정말 감사함을 느꼈어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와 노래를 보여줄 수 있는 멋진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요.

Q 이제 30대가 됐고, 공연 팀에도 동생과 후배들이 많아졌어요. 일과 연기, 인간관계 등에 대한 생각도 예전과 달라졌을 것 같은데, 특히 큰 변화를 꼽는다면 어떤 게 있나요? 
모든 작품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전 인간관계에 있어서 고민이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 같이 하는 후배들 중 누군가도 과거의 저와 같은 고민을 하지 않을까요? 그 친구들에게 천천히 가도 되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가 그랬었거든요. 그러니까 괜히 실수도 하게 되고 상처를 주기도 또 받기도 하면서 외로울 때가 생겼는데, 돌아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더라고요. 여유가 중요해요.

Q 요즘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한강 뛰기요. 요즘 매일 뛰어요. 미친듯이 뛰고 나면 다리가 터질 듯 아픈데 머리는 맑아지고 기분도 좋아지고 여러모로 건강해지는 느낌이에요.
 

Q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데, 배우로서 체감하는 공연 현장은 예전과 어떻게 다른가요?
관객들과 접촉할 수 없는게 아쉬워요. 공연이 끝나고 눈 마주치며 인사드리고 싶고 공연에 대해 조금이라도 얘기 나누고 싶고 회포(?)도 풀고 싶은 심정인데 요즘은 유튜브 라이브로 랜선 퇴근길을 해요.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바뀐 문화이지만 하루빨리 정상화가 돼서 행복하게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어요.
 

Q 끝으로 공연을 보러 오실 관객들과 온라인 공연으로 만날 해외 관객들에게 인사말 전해주세요.
요즘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만나고 있는데 앞으로 더 나아진 상황에서 좋은 시스템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 지역에서 ‘광염소나타’가 널리 알려지길 바라고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지금까지 사랑해주신 관객분들께도 감사드려요. 실망시켜 드리지 않게 더 노력해서 광염소나타로 계속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앞으로도 기대 많이 해주세요.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여러분!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신스웨이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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