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연을 혼자 보는 이유 <혼공족 vs 커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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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막한 연극 <나쁜자석>. 2005년 초연 이후 재공연때마다 높은 유료객석점유율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인기공연이다. 4명의 남자배우가 출연하는 이 연극은 혼자 보는 관객이 회당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대학로 중소형 뮤지컬과 일부 연극 공연장에서 혼공족이 회당 전체 관객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광경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뮤지컬 <쓰릴미>의 경우는 회당 혼공족이 전체의 80%에 육박한다.

최근에는 혼공족을 아울러 욜로족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욜로란 ‘인생은 한 번뿐이다(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말로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여 소비하는 태도를 말한다. 욜로족은 내 집 마련, 노후준비 보다 지금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취미생활, 자기계발에 돈을 아낌없이 쓰는 사람들이다. 버락오바마의 건강보험개혁안 홍보비디오에도 이 신조어가 쓰였다.

혼공족은 매년 급격히 늘고있는 추세다. 인터파크의 공연 티켓 구매건수 기준 1인 1매 구매건수비율은 2005년 전체의 11%에서 지난 2016년은 43%로 크게 늘었다. 구매건수 기준 1인 2매 비중이 여전히 더 높지만 나홀로 관객(1인 1매 구매자)의 급증 속도는 매우 가파르다. 공연장 현장에서는 20% 남짓이 나홀로 관객이라고 볼 수 있다.


 
<인터파크 1인 1매 구매건수 추이>
 
혼공족에게는 나름의 철학이 있다. 아래의 세명의 관객은 모두 공통적으로 열혈 공연 관객들이지만 선호하는 공연 관람의 패턴과 이유는 다르다.  

혼공족 Say
"혼자 봐서 불편한 점이요? 좋은 점만 있는거 같아요!"

뮤지컬 배우 박성환과의 만남 행사에 참석한 A씨. 공연을 적극적으로 관람한지는 십여년이 넘었고 한 달에 많게는 10번 가량 공연을 본다. 이 중 열의 아홉은 혼자 본다.
혼자 공연을 관람하는 가장 큰 이유는 티켓 잡을 때 편하기 때문. 지인과 함께 보려면 어떤 공연을 볼지, 날짜부터 시간, 밥을 같이 먹을지 말지 맞춰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웬만하면 혼자 보는 게 좋고 불편함은 느끼지 못한다. 10년 가까이 혼자 보다 보니 공연장에서 알게 된 사람들도 꽤 많다. 좋아하는 공연은 반복 관람하고 좋아하게 되는 배우의 공연을 찾다 보니, 공연장에 가면 같은 취향을 가진 관객들을 자주 만나게 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렇게 알게 된 지인들과도 미리 약속을 해서 공연을 함께 보지는 않는다. A씨는 “혼공 뿐만 아니라 혼행(여행), 혼영(영화) 등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혼자 보는 즐거움이 크죠. 티켓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 누군가 함께 하려면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구요”. 혼자 봐서 불편한 점은 없냐는 질문에는 단호한 답변이 나왔다. “혼자 봐서 불편한 점이요? 좋은 점만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친구가 없어서 혼자 보는게 아냐”

뮤지컬을 좋아하고 가수 박효신의 팬인 직장인 5년차 S씨. 일주일에 최소 1번은 뮤지컬을 본다.
공연을 함께 보기 위해서는 취향과 공감대가 어느 정도는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함께 공연을 보려면 기본적으로 공연에 관심이 있어야 하는데 주변인들은 그렇지 않은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혼자 보는게 편하더라구요. 공연만 보고 헤어지는 것도 아니고 지인과 함께 하려면 밥도 먹고 공연 관람 전후로 맞춰야 할게 너무 많아요”

S씨가 혼공을 선호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공연은 혼자 볼 때 집중도가 더 높아져요. 동반인과의 인터랙션이 필요 없으니 오롯이 즐길 수 있고 여운도 더 길게 간달까. 물론 처음부터 혼자 보기를 즐긴 것은 아니에요. 공연을 보는 행위가 이벤트성이나 특별한 행사가 아니라 공연 자체가 제대로 된 취미생활이 된 어느 순간부터 혼자를 더 선호하게 된 거죠”

혼공족에게도 둘이 보고 싶은 공연이 있기도 하다. “뮤지컬 <빨래>요, 좋아하는 지인에게 내가 받은 감동과 비슷한 에너지를 전해주고 싶을 때가 있어요. 반대로 뮤지컬 <팬텀>은 무조건 혼자 봐요. 내러티브나 음악, 배우의 연기도 집중해서 보지만 보다 보면 의상이나 가면 등 디테일하게 보는 부분이 생기는데, 이런 부분까지 함께 보는 이와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고 가끔 말이 너무 안 통하면 속상하거든요. 또 좋아하는 뮤지션의 콘서트도 무조건 혼자 가요. 음악과 뮤지션을 오롯이 느끼고 집중하고 싶어서 에요”
 
커플족 say,
"혼밥, 혼영 다 좋은데 혼공은 불편해, 공연은 둘이 봐야 제맛!"

그런가 하면 다른 건 몰라도 공연만은 반드시 둘 이상이 봐야한다는 관객도 있다. 혼자 보는 공연이라면 공짜 티켓이 생겨도 가지 않는다는 K씨는 공연 관람 20년차로 뮤지컬, 연극뿐만 아니라 무용에도 관심이 많다. 일주일에 최소 1~2편은 본다.

“영화는 공연에 비해 티켓 가격도 싸고 영화가 재미없거나 선택을 잘못 한다 해도 돈이 그렇게 아깝지 않아요. 공연보다 관람 빈도도 높기 때문에 영화관람이 더 일상적이기도 하구요. 공연장은 극장과 달리 들어설 때부터 만만하고 편안한 느낌보다는 ‘나 이제부터 공연 볼거야’, 진지한 마음가짐을 하게 된달까, 설레임도 더 크고요. 특히 대형 뮤지컬 공연장을 찾게 되면 그런 느낌이 더 강해져요. 차려 입고 한껏 멋을 낸 사람들도 많고, 공연장은 극장처럼 대중적이고 일상적이기 보다 단체로 어떤 판타지한 공간에 들어가는 느낌이라서 혼자서는 외롭게 느껴져요. 그래서 공연 관람은 혼자가 아닌 복수로 그 시간과 공간을 체험해야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무엇보다 K씨가 다른 건 몰라도 반드시 공연은 둘이 봐야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건, 공연 관람 후 감동을 함께 나눌 지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K씨는 “공연은 라이브이기 때문에 무대와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큰데 순간순간이 일방적인 관람이라기 보다 배우와의 호흡이고 체험이라고 봐요. 그렇다 보니 그 체험을 혼자 하기 보다는 둘 이상이 하는게 더 흥이 나고 감정을 교류할 수 있어서 좋아요”고 설명한다.


글: 김선경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uncanny@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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