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의 짙은 여운.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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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감성이 저희 작품의 무기죠”
 
대극장 뮤지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려한 쇼나, 심장을 울리는 강렬한 넘버는 없다. 하지만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는 아날로그 감성이 듬뿍 담긴 무대와 서정적인 멜로디가 주는 긴 여운이 담겨 있다. 박은태, 옥주현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받은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지난 19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프레스콜 무대를 통해 작품의 이모저모를 공개했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로버트 제임스 월러가 1992년 발표한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작품이다. 미국 아이오와 주의 한 농가에 사는 주부 ‘프란체스카’가 마을에 들른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와 짧고도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201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 뮤지컬은 대본과 음악만 동일한 논레플리카 방식으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가정이 있는 여성이 낯선 남성과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불륜’을 먼저 떠올리게 만든다. 이에 대해 김태형 연출은 한 여성이 자신을 되찾아가는 이야기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프란체스카라는  여성이 아내로, 엄마로 살면서 잃어버렸던 자신을 발견하고 완성해가는 이야기다. 로버트와의 사랑을 선택할까 가정을 지킬까 고민하는 프란체스카의 갈등을 극대화시켜 표현하고자 서정적이면서도 간결한 무대로 연출했다.”
 
"캐스팅에 대한 물음표, 느낌표로 바뀔 것"

원캐스트로 로버트와 프란체스카를 연기하는 박은태와 옥주현은 “배역에 잘 어울릴지 물음표를 떠올린 분들이 많았지만 그 물음표에 답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옥주현은 “그동안 쇼적인 뮤지컬, 전형적인 대형 뮤지컬을 많이 해왔는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기존의 출연작들과 성격이 많이 다르다. 그래서 더 하고 싶었다. 나를 믿어주는 관객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가슴을 울리는 진짜 이야기를 때마침 할 수 있어서 운이 좋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로버트는 비록 며칠 만나지 않았지만 운명적인 사랑으로 다가온 프란체스카에게 같이 떠나자고 권유한다. 박은태는 로버트의 이런 제안이 가볍거나 부정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고백했다. “프란체스카에게 함께 떠나자고 말하기 전까지 로버트의 모든 말과 행동이 하나도 거짓되지 않게 보여야 한다. 누구에게나 쉽게 그런 말을 할 법한 남자로 보이면 감동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로버트의 진실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주안점을 두고 있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옥주현은 ‘프란체스카’ 라는 배역이 두 아이의 엄마인 만큼 이에 어울리는 원숙한 톤으로 목소리와 창법을 조절했다. 자신의 실제 어머니의 모습을 참고하며 배역을 준비했다는 옥주현은 “음악적으로 양주인 음악감독이 상세한 디렉션을 줬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진성, 센 소리를 안 쓰고 따뜻하고도 서정적이면서 그리움이 묻어나는 소리를 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악보에 샤콘느라는 말이 많이 적혀 있다. 슬픔, 우울함을 표현해 달란 뜻이다. 아무도 없을 때 혼자서 내면의 허전함을 꺼내보는 주부의 삶을 노래로 표현하고자 했다.”
 
시각, 청각 뿐만 아니라 후각까지 자극해 몰입도 높여

오필영 디자이너가 작업한 무대도 지난 15일 개막 이후 관객들의 호평을 받는 부분 중 하나다. 채도가 높지 않은 차분한 색의 소품과 세트를 배치해 1960년대 미국 농촌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한편, 석양이 지는 주황빛 하늘이나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등을 영상으로 스크린에 투영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로버트와 프란체스카의 식사장면에서는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실제로 요리를 하는데 기름에 식재료를 볶는 소리가 생생히 전달되는가 하면 버터 냄새가 객석에 퍼져 몰입감을 높이기도 한다.
 
한편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는 탄탄한 실력파 배우들이 조연으로 참여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최근 대학로 여러 뮤지컬의 주연을 꿰차며 입지를 굳히고 있는 유리아는 로버트의 전처 마리안과 프란체스카의 언니 키아라를 1인 2역으로 소화한다. 프란체스카의 이웃 마지와 그녀의 남편 찰리 역은 <마타하리>의 김나윤과 <파이브코스러브>의 김민수가 맡았다. 마지와 찰리는 슬픈 정서가 지배적인 극의 흐름 가운데 코믹적 요소를 첨가해 긴장의 완급을 조절하는 인물들이다.
 
김태형 연출, 양주인 음악감독, 오필영 무대디자이너 등 국내 정상급 창작진들이 참여한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오는 6월 18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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