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원작은 장편소설 ‘부초’이다. 이 작품은 작가 한수산의 1977년 제1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으로, 시대 변화와 함께 몰락해 가는 서커스와 떠돌이 곡예사들의 삶과 사랑, 슬픔과 동료애를 감각적이고 유려한 문체로 그린 작품으로 출간 이래 ‘살아 있는 고전’으로 우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70년대 대표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떠오른 한수산의 소설은 감성적인 문체를 통하여 인간과 시간의 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삶의 생성과 소멸을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 <부초>는 소외된 집단 '일월 곡예단'이라는 유랑 서커스 단원들의 뿌리 뽑힌 삶의 흐름을 중심축으로 그들의 꿈과 애환, 그리고 고통과 파멸을 그리면서 마지막까지 버릴 수 없는 희망을 형상화한다. 전국의 흥행지를 따라 옮겨 다닐 수밖에 없는 공간을 배경으로 시대의 변화에 밀려 몰락해 가는 서커스와 그 단원들은 바로 우리들 '인생의 축도'가 된다. 그리고 거기에는 우리들이 잃어버린 지난날의 향수가 눈물에 젖어 배어 있다.
결말에서, 서커스 천막이 잿더미로 변해 버린다. 그러나 그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주인공 하명을 비롯한 단원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새로운 곡예단으로 재생의 길을 약속한다.
<부초>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생명의 힘 그 희망을 잃지 않으면서 패배와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결코 버릴 수 없는 인간이 가지는 삶의 긍정성을 그리고자 한다.

줄거리

천막을 헐어내는 단원들의 왁자지껄함 속에서 막이 오르면 일월곡예단은 가을이 오자 추위를 피해 지리산 남쪽으로 내려갈 준비를 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지방 흥행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천막이 펄럭이는 겨울의 객석에서 구경을 하겠다는 사람이 도회지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평생을 서커스에서 떠돌아다닌 늙은 마술사 윤재, 단원들에게 정신적인 어른으로 대접을 받던 그가 다시 서커스로 돌아온다. 윤재를 아버지처럼 따르던 젊은 곡예사 하명과의 기쁜 만남이 이어지고, 윤재 또한 하명을 아들처럼 아낀다.
때 묻지 않은 청년 하명,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곡예단을 떠나서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할 만큼 서커스를 아끼는 윤재 노인, 단지 곡예사라는 이유 때문에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버림받은 석이 엄마, 하명을 사랑하는 열아홉 살 소녀 곡예사 지혜???마치 소리가 다른 악기들이 모여 하나의 화음을 이루듯, 이들의 인간 오케스트라가 시작된다.
하명은 서커스단의 금기로 되어 있는 단원들간의 이성적 사랑에도 불구하고 줄타기 곡예를 하는 지혜를 사랑한다. 어느날, 하명과 지혜는 서로의 단원으로서의 애정이 이성간의 사랑으로 변하고 있은을 확인한다. 둘은 단원으로서의 사랑에 고민하며 서로 사랑을 확인해 간다. 하지만 하명을 질투하는 곡예단원 규오에게 지혜가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고... 지혜는 이로 인해 하명을 의식적으로 멀리하게 되고, 그러던 어느 날 성폭행을 감추려는 규오가 잘라 놓은 줄을 타다가 떨어져 병원으로 실려간다. 하명과 이별하고 서커스를 떠나려는 지혜, 괴로워하는 하명. 이들을 바라보는 윤재는 지혜가 왜 하명을 피하게 되었는지 알고 있다. 지혜가 강간을 당하던 현장에서 달아나던 단원 규오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곡마단을 아끼던 단장 준표가 병으로 쓰러지고 그의 동생 광표가 새 단장으로 옮겨 온다. 광표는 단원들의 일당을 속여가면서 부정을 저지르고 결국 단원들을 따뜻하게 뒷바라지해 오던 총무 명수를 내쫓는다. 그 사이 단원들이 하나 둘 '일월 곡예단'을 떠나면서 새로 들어온 단원들과 대립하기 시작한다.
이미 서커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이 시대, 곡예에 삶을 걸고 전국을 떠도는 서커스 단원들의 생활에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 술에 취해 곡예 도중 실수를 저지른 석이네를 단장 광표가 구타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윤재를 비롯한 단원들이 광표와 맞서 싸우게 되면서 '일월 곡예단'은 파국을 맞는다. 결국 늙은 윤재는 쓰러져 단원들은 애도 속에 장례를 치르고, 광표에 대항하던 단원들은 눈물 속에 뿔뿔이 흩어진다.
정든 단원들이 하나씩 떠나가고 홀로 남은 석이네가 술에 취해 자정 무렵 석이아버지의 반지를 찾으려고 성냥을 그어대다가 실수로 천막에 불이 붙는다. 불은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번져 곡마단의 천막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가난 속에서 곡예단의 유랑 속에 세월을 견디며 살아온 하명과 난쟁이 어릿광대 칠룡이, 여자 곡예사 연희, 그리고 덕보는 잿더미 위에서 새로운 각오로 다시 시작할 것을 다짐한다.
"어디를 가 있든 내가 디디고 있는 땅이 무대가 아니겠어. 하늘이 천막이지. 시퍼렇게 살아 있는 목숨 가지고 어디든 발을 붙여 살아가는 거다!”

캐릭터

하명 | 남자곡예사. 지혜를 사랑하지만 아픈 이별을 겪으며 고통 속에서도 사라져 가는 서커스를 지키는 젊은 단원으로 성장해 간다.

지혜 | 줄타기 및 아크로바트 여자곡예사. 어릴 때부터 하명과 함께 성장하며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결국 서커스를 떠나 새로운 사회 속에서 삶을 찾아 나간다. 서커스의 시대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김준표 | 일월곡예단 단장.

오윤재 | 해설자를 겸한 늙은 마술사. 곡예단의 정신적 지주로 서커스의 과거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결국 곡예단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김광표 | 단장 준표의 동생. 준표가 쓰러지자 새로 단장이 됨. 시대와 사회에 맞는 서커스의 변화를 추구하다가 좌절하는 인물.

석이네 | 통굴리기 여자곡예사. 공연도중 만난 관객과 동거하여 낳은 석이를 위해 아버지에게 돌려주고 실의의 나날을 보낸다. 서커스의 몰락을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주는 인물.

칠용 | 난쟁이 어릿광대. 운명에 순응하며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민초를 대변하는 인물.

동일 | 석이 아버지. 석이네와 사랑하지만 집안의 반대로 결합하지 못하고 이따금 서커스단을 찾아와 사랑을 나눈다.

백명수 | 곡예단 총무.

대전댁 | 준표의 아내.

연희 | 아크로바트 곡예사.

임씨 | 외발 자전거 곡예사.

덕보 | 남자곡예사

규오 | 마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