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인간에게 가장 근원적인 주제를,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소리를 통해,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교감해나가는 국립오페라단(단장 이소영)은 오페라 세계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꾸준히 무대화함으로써 오페라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1월 <이도메네오>의 한국초연을 시작으로 2010년 시즌공연을 시작한 국립오페라단은, 작품의 열린 해석을 통한 오페라의 진보를 꿈꾸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수준 높은 오페라로 국민을 위한 오페라단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짐승들이 생존을 위해 살생을 한다면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이번, 국립오페라단은 인간의 욕망의 가장 극악적 표현인 ”살인”을 코드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맥베드>와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그리고 그 누구도 국내 공연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지 못했던 20세기 화제작 <룰루>를 선정, 18~19세기 작품에 집중되던 국내 오페라 무대의 확장과 함께, 세계적인 수준으로의 오페라 발전을 위해 끊임없는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권력을 쫓는 거침없는 욕망의 실현을 위해 … <맥베드>
사랑의 욕망이 낳은 광란으로 치닫는 비극 …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원초적 생존의 관능적 욕망을 누리기 위해… <룰루>

세 개의 살인현장 속에서 우리는 그 누구도 완벽하게 선과 악의 경계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우리가 목격하게 되는 것은 일종의 무대상의 허구라 치부할 수 있지만, 각각의 다른 진실들이 숨어있는 살인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내면 속의 욕망과 맞닥뜨리게 된다.

목격자는, 나의 일그러진 욕망을 기억하는 단 한 사람. 마음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자신의 죄의식이다. 야욕이 낳은 파멸 - <맥베드>, 사랑이 낳은 비극적 슬픔 -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생존의 욕망이 낳은 죽음 - <룰루>.
실타래처럼 엮인 인간 군상들에 내재하는 “악”의 존재가 빚어내는 무질서의 세계는, 세기를 넘나들며 인간의 보편적인 속성을 그리기에, 2010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더욱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제부터는 관객들의 몫이다. 세 작품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피 묻은 단도”에서 당신은 무엇을 느낄 것인가


오페라 <룰루>

11월에는 20세기 최고의 혁신적 오페라로 손꼽히는
알반 베르크의 화제작, 현대오페라의 정수

구성 : 전3막
대본 : 알반 베르크, 프랑크 베데킨트
원작 : 프랑크 베데킨트 희곡 <대지의 정령>(1895), <판도라의 상자>(1904)
작곡 : 알반 베르크 (독일)

베르크의 마지막 작품인 <룰루>는 미완의 작품인 만큼 세기의 문제작다운 면모를 충분히 갖췄다. 세계 오페라 계에서 금단의 열매로 자리 잡은 이 만만치 않은 작품은 초대형 오케스트라 구성, 난해한 관현악 반주를 비롯해 소재에서 오는 충격과 파격의 강도는 여전히 위세 등등하다.
원래 독일 극작가 베데킨트의 희곡 <대지의 정력>과 <판도라의 상자>라는 ‘룰루의 희곡’을 토대로 작곡가가 직접 대본(3막 6장 혹은 7장, 그리고 막간극)을 작성한 것에 19세기 말 런던시민을 공포에 몰아놓은 ‘살인마 잭’의 실화가 결합되면서 오페라 <룰루>의 대본이 완성된다.
원래 희곡은 그 당시 독일 사회와 사회의 위선적인 성적 도덕을 비난하고 여성들의 성해방을 옹호하려 했던 것에 반해 베르크는 이 작품을 ‘관능’의 오페라로 만들었다. 모든 존재와 사유의 핵심을 관능으로 설정해 추적하는 베르크의 해석은 그의 또 다른 오페라 <보체크>에서도 느낄 수 있다.
쇼윈도의 맨 유리가 투사된 것처럼 반사회적 인물들의 속성과 신화적 원형이 결합된 오페라 <룰루>는 서막에서부터 원죄의식을 상징하는 뱀의 형태로 ‘룰루’를 소개한다. 치명적인 팜므 파탈의 이미지이자 신화로부터 기원하는 에로스의 원형으로 자리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상승과 하강이라는 정확한 대칭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들도 1인 2역을 맡아 1막과 2막에서 룰루에 의해 죽음에 이르는 피해자들이 3막에서는 룰루를 가해하는 인물로 다시 등장한다. 음악적 구성이나 인물들의 설정이 이중적 장치로 설계된 것은 이분법적 판단에 의한 선-악, 진실-거짓 등의 경계를 구분하려기보다는 당시의 표현주의적 경향과 현대사회의 다중적인 인격의 반영, 시작과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순환구조 속에서 시공간의 초월적 감각을 작품에 반영하기 위한 장치이다.
성과 죽음의 한 가운데 위치한 에로스의 향연은 쾌락적 가치관을 추구하는 룰루의 여정과 일치한다. 신비로운 관능의 세계인 오페라 <룰루>는 마성적인 힘과 맞먹을 만한 신화적인 소프라노가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관능, 살인, 죽음이라는 원초적인 속성들의 상관관계를 감당할 수 있는 완벽한 ‘룰루’의 탄생은 1937년 이 작품이 초연된 이후 지금까지도 여전히 작품의 명성과 비등한 논란의 대상이 된다.

기획의도
2010년 11월, 드디어 국내 초연되는 알반 베르크의 마지막 오페라 <룰루>(1937년 초연됨)가 2010년 마지막 살인사건으로 공연된다. 가장 진보적인 20세기 오페라인 동시에 2010년 가장 파격적인 오페라가 될 국립오페라단의 <룰루>는 열정적인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박은주가 출연한다.
독일의 정상급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주역가수로 활동을 하고 있는 소프라노 박은주는 2003년 <유럽 오페라단 주역가수 초청 갈라 콘서트>로 국내 관객들과는 간헐적인 만남을 가졌다. 아쉬움이 남는 짧은 무대였지만 소프라노 박은주를 기억하기에는 충분했다. 그 후 국내로부터 지속적인 수 많은 의뢰를 받아 온 박은주는 드디어 국립오페라단의 <룰루>를 통해 국내 오페라 무대에 정식으로 데뷔를 하게 되었다. 그녀가 있기에 국립오페라단의 <룰루>는 처음이자 유일한 무대라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그녀만이 정복할 수 있는 21세기 <룰루>가 탄생한다.

음악적 특징
오페라 <룰루>는 대규모 오케스트라 편성이지만 단원 전체가 연주되는 대목은 찾아보기 어렵다. 베르크는 스승인 쇤베르크의 무조음의 12음계 기법을 기반으로 작품을 작곡했지만 이를 전통기법과 결합해 다른 형식으로 파생시켜 독립적으로 사용한다.
인물마다 반복되는 모노리듬과 선율을 중심으로 라이트모티브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이 작품은 현대음악의 주요 논점이 되는 다중적인 심리묘사를 탁월하게 반영한다. 또한 난해한 음악적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끔 내용의 전개 변화와 인물마다 분명한 음악적 형식을 체계화시켜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베르크의 친구인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이 작품의 음악적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음악은 표현주의적 특성에 따라서 한 화음을 다른 화음으로 더 이상 인도하지 않으며 오페라 <룰루>의 음악적 여정은 작품에 등장하는 그로테스크한 신화적 인물들의 특성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화려한 관현악 반주와 청각을 자극시키는 고성의 풍성함과 떨림을 감상할 수 있는, 그야말로 현대오페라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줄거리

조련사가 나와 우리에 들어있는 동물들을 소개하고 룰루는 뱀으로 등장한다.
외과교수인 룰루의 남편은 화가에게 그녀의 초상화를 주문하는데 룰루에게 반한 화가는 그녀를 유혹하게 된다. 이를 본 룰루의 남편은 심장발작으로 죽고, 그녀는 화가와 다시 결혼한다. 하지만 화가 역시 룰루의 정부인 쇤 박사로부터 그녀의 과거를 듣고 자살한다. 룰루는 쇤 박사와 결혼을 하지만 룰루와 그녀의 추종자들 간의 관계를 못 견딘 쇤 박사는 룰루에게 자살을 강요, 하지만 그 역시 도중에 죽고 만다. 감옥에 수감된 룰루는 그녀의 추종자인 게슈비츠 백작부인의 도움을 받아 탈옥에 성공, 쇤 박사의 아들인 알바와 함께 런던까지 도망친다. 매춘부가 된 룰루를 찾아오는 남자들은 모두 그녀로부터 죽음에 이른 남자들이다. 세 번째 손님인 잭 더 리퍼가 룰루를 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