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어릴적 잠깐 살았던 제주에서 여생은 보내고 있는 한 남자.
그 남자의 집에 누군가 찾아온다. 그녀는 그 남자의 여동생이다.
남자는 연락도 없이 들이닥친 여동생의 방문이 탐탁치 않다.
오랜 기간 떨어져 살았던 둘은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에서 폭풍우치는 밤을 함께 보내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더듬어 간다.
동일한 사건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관점과 오해와 회한이 폭풍우와 함께 깊어만 간다.
날이 밝고 어느새 밝아진 아침.
여동생은 좀더 머무르지 않고 급하게 떠난다.
홀로 남은 오빠는 그동안의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해 사유해본다.
어느 가족 조합보다도 남녀의 친밀감과 미묘함이 내재된 ‘오빠 - 여동생’ 조합은 서열 및 남녀차별을 당연시했던 가족주의에 희생된 약자 구성원의 아픔과 핵가족화 하는 동시대 가족의 의미를 잘 드러낸다. 이것은 대부분 가족이야기가 부모와 자식세대간의 갈등 및 대립, 사건을 통해 가족 수난사를 통시적으로 보여주는 것과는 다른 지점이다. 이는 가부장적인 시절을 성장기로 보낸 오빠와 여동생으로 자라면서 겪는 성차별에서 연유한 미묘한 심리상태나 트라우마가 성인이 돼서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