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저 동네는, 저 동네 사람들은 내 안에서 지금도 살아있어...” 망가지고 볼품없는 배를 강매하는 할아버지, 매일 격렬하게 싸우면서도 도박판에서는 사이좋은 부부,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배에서 홀로 살고 있는 늙은 선장, 부모에게 버림받고 길에서 음식을 주워 먹으며 무덤가에서 뛰노는 소녀, 영화를 처음 접한 아이와 첫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순수한 청년, 그리고 힘 쓰는 일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일용직 노동자들… 본능적으로 살아가는, 무례하고 무지하며 노골적인 인물들의 사연이 옴니버스 형태로 펼쳐지는 <푸른배 이야기>는 소박하면서도 순수했던, 그 때 그 시절 그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가진 자연 그대로의 꾸밈없는 본성과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무대에 그려나간다. 이제는 사라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곳 일본의 대문호 야마모토 슈고로의 소설 에서 모티브를 얻은 <푸른배이야기>는 원작의 배경인 도쿄디즈니랜드로 변해버린 소박한 어촌마을을, 송도신도시가 개발되며 현대적 도시로 변한 인천의 남촌도림동으로 옮겨와, 우리가 잊고 지내던 옛 추억 속 이야기로 완성시켰다. 개성있는 인물들을 표현하기 위해 배우들은 마치 경쾌한 노래를 부르듯 대사들을 이어 받고, 공연은 내내 리듬감과 음악성을 잃지 않으며 빠른 템포로 진행된다. 14명의 배우들이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하며 50명이 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연기하고, 한 배역을 여러 배우들이 나누어 맡기도 하면서 관객들의 보는 재미를 더해 준다. “잊을 리가...잊을 수 있다면 슬퍼지지 않고, 잊을거면 쓰지도 않아. 저 동네를 생각하면 지금도 이 가슴에 등불이, 먼 앞바다 배에서 켜지는 것과 같이 작은 불이 켜지고 아주 조금 따뜻하고 훈훈한 기분이 들어.”

줄거리

글을 쓰기 위해 어촌마을인 남촌도림동에 머물고 있는 나를 마을 사람들은 통통배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따른다. 각자의 사연과 이야기를 가진 마을 사람들, 개성 강하지만 마음 착한 이들과 3년여를 지내던 어느 날 그곳에서의 삶이 싫증난 나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마을을 떠난다. 시간이 흘러 유명작가가 된 나는 사진작가와 함께 30여년 만에 다시 마을에 돌아오지만, 마을은 완전히 변했고 나를 기억하는 사람도 찾을 수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