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지리멸렬한 삶 속에서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건 결국 ‘사람’


<바닷물 맛 여행>은 경제적인 문제로 해체된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은
지리멸렬한 삶 속에서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건 결국 ‘사람’ 때문이라는 메시지이다.

가족이라는 가장 최소의 사회적 집단이 해체되면서 발생하는 개인적인 삶의 무게와 고독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증오하고 동정하는 자신을 발견하며 삶의 온기를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불러옴으로써 크게 소리 내지 않을 뿐, 저마다 다른 크기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 대신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가족극이 넘쳐나는 시대, 또 가족극?

한 개인과 그의 인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가족’은 사랑만큼이나 예술작품의 단골 소재이다. 우리는 나와 비슷한, 혹은 다른 여러 가족의 이야기를 접하며 공감, 연민 등 여러 감정을 간접 체험한다. <바닷물 맛 여행> 또한 어느 가족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기존의 가족 서사와 조금 다른 점은 엄마와 성인이 된 두 딸, 세 여성이 극을 이끌어나가는 주된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세 모녀가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가족이라는 의미를 넘어, 앞서 나이 들어가는 여자와 뒤따라 나이 들어가는 여자인 엄마와 두 딸의 관계를 통해 세월이 흐르며 앞서 산 사람들의 잘못된 선택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성장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볼뿐만 아니라
역설적으로 가족구성원 개개인을 ‘인간’으로써 이해하는 시각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줄거리

한적한 바닷가 마을의 허름한 민박집 방 안, 한 여자가 곧 있을 오디션을 보기 위해 연극의 대사를 연습하고 있다. 잠시 후, 한 여자가 회 한 접시를 사 들고 방으로 온다. 두 여자는 자매이다. 연극배우인 큰딸과 회사원인 작은딸은 작은딸의 제안으로 이 곳으로 여행을 오게 되었다. 뿔뿔이 흩어져 살던 두 자매는 오랜만에 만나 시시한 근황을 주고받는다.

사실 이 민박은 엄마와 아빠, 두 딸이 가족으로써 마지막 여행을 왔던 곳이지만 큰딸은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다. 두서 없는 대화들 중, 작은 딸이 남자친구에게 사연 있는 가족사에 대해 이야기 하지 못했다는 대화에 이르렀을 즈음 급히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방문객의 정체는 그녀들의 엄마이다.
엄마가 등장하자 그녀의 방문이 달갑지 않은 큰딸과 그녀를 부른 작은딸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엄마가 자신들을 버렸다는 분노를 가지고 있는 큰딸은 사사건건 빈정거리고, 감정이 격앙되려는 찰나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분노의 도화선을 당길만한 사건이 발생한다.

결국 이 여행의 비밀과 가족의 과거, 각자의 상처가 드러나게 되고 네 명의 가족이 함께 왔던 마지막 여행과 닮은 듯 다른 이번 여행은 밤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