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맥베드 부인의 식당(Dining room)에 모인 비극의 그녀들!
그녀들의 슬픔에 언어를 주자!

창작극 <데스데모나는 오지 않아>는 셰익스피어 4대비극(햄릿,리어왕,맥베드,오셀로)과 로미오와 줄리엣의 여성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극이다. 셰익스피어의 원작 속 여성 캐릭터들은 철저히 ‘중세 중심의 세계관’에 따라 조용히 죽음에 이르는 비극을 맞게 된다.
이 연극은 이들이 모두 친구였다는 가정 하에, 죽기 직전 하루의 수다를 담은 연극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정말,

맥베드 부인은 살인 직전에 한 인간으로서 갈등하지 않았을까?
줄리엣은 결혼하고 나서, 기쁘기만 하고 두렵지 않았을까?
오필리어는 실연 이후 어디서 실컷 햄릿 욕을 하진 않았을까?
코델리어는 자신을 쫓아낸 아버지를 마냥 사랑했을까?
데스데모나는 의처증 남편 때문에 시집간 후 친구들을 만날 수나 있었을까?

오랜 시간 동안 입이 근질근질했던 그녀들이, 이 연극을 통해 살아나 한자리에 모여 왁자지껄 떠든다. 제목의 ‘데스데모나’는 <오셀로>의 여주인공이자 주인공들의 친구 데스데모나를 의미하지만, 중의적으로 ‘비극적 운명’이라는 본연의 뜻을 가지고 있다. 제목이 뜻하는 바대로 그녀들은 한때의 유쾌한 수다와 위로로 서로에게 충실한 현재를 살 것이다. 아직 비극적인 운명이 오기 전이니까. 그리고 공연이 진행되는 순간만큼은, 운명 속에 매몰되어 비극으로만 달려가는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닐 것이다. 비록 그 비극이 결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줄거리

맥베드가 장차 왕이 될 것이라는 마녀들의 예언을 들은 이후 던컨왕의 살인을 고민하던 맥베드 부인, 왕의 갑작스런 방문에 당황한다. 그 와중에 로미오와 갑작스럽게 결혼한 줄리엣이 맥베드 부인의 성에 들이닥쳐 결혼 축하파티를 원하고, 실연당한 오필리어 또한 울면서 찾아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맥베드 부인의 성에 머물고 있던 코델리어가 잠에서 깨어나 술판을 벌이고, 맥베드 부인의 식당엔 왁자지껄한 저녁파티가 펼쳐지는데…

캐릭터

맥베드부인 | 스코틀랜드 코더영주 맥베드의 부인. 맥베드가 장차 왕이 될 것이라는 세 마녀의 예언을 전해듣고, 유약한 맥베드를 종용하여 던컨왕의 암살을 도모한다. 왕비의 자리에 오르지만 결국 죄책감에 시달려 미치게 되고, 손에 피가 묻어있는 환영에 끊임없이 시달리다 자살한다. 단, 그녀의 이름은 알려진 바 없다.

줄리엣 | 베로나의 명문 캐퓰렛가 태생. 원수 집안의 자식 로미오와 무도회에서 만나, 하룻밤 만에 사랑에 빠지고 다음 날 비밀 결혼을 한다. 하지만 로미오는 줄리엣의 사촌오빠 티볼트를 살해하고 추방당한다. 줄리엣은 파리스 백작과의 강제 혼인을 막고 로미오와 함께 도망가기 위해 시체처럼 잠들 수 있는 수면제를 마신다. 줄리엣이 죽었다고 오인한 로미오는 그 옆에서 독약을 마시고 자살한다. 이윽고 깨어난 줄리엣은 죽은 로미오를 품에 안고 자결하여 짧은 생을 마감한다.

오필리어 | 덴마크 폴로니우스가 태생. 왕자 햄릿과 결혼을 전제로 만나던 사이, 아버지가 삼촌에 의해 살해당한 사실을 알게 된 햄릿이 미친 척하며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한다. 설상가상으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살인극 "쥐덫"을 공연하다 추방당하는 햄릿. 결국 햄릿에 의해 자신의 아버지와 오빠가 살해되고, 미친 오필리어는 강물에 시체가 되어 떠오른다.

코델리어 | 브리튼 리어왕이 가장 아끼던 셋째딸.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냐는 왕의 물음에 언니들처럼 달콤한 말로 아첨하지 못하여, 쫓겨나듯 프랑스 왕에게 시집간다. 두 언니에게 버림받은 왕이 미치게 되고, 뒤늦게 찾아간 코델리어는 리어왕을 구하려다 교수형에 처해진다.

데스데모나 | 베니스 원로원 브러벤쇼가의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 나이 많은 흑인 오셀로 장군과 눈이 맞아 야반도주를 감행,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오셀로의 부하 이아고의 모함에 빠져 손수건을 잃어버린다. 이를 증거로 부정한 여자로 몰리게 되고 가장 사랑하는 남편 오셀로에 의해 목이 졸려 살해당한다.

치코 | 맥베드 부인의 시종. 부인이 시키는 일이라면 장보기, 편지 전달, 심지어 술 마시며 노는 일까지 따르지 않는 것이 없다. 끝까지 충직하게 부인을 대신한다.